‘정글모자와 면도기.’ 염주와 경전을 빼면 최근 불교 세계화를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조계종 스님들의 여행 필수품목 1, 2호였다. 정글모자는 3, 4년 전 총무원 간부 스님들이 쓰기 시작해 스님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스님들이 애용했던 밀짚모자는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스님들은 특유의 헤어스타일 때문에 햇볕에 민감하다. 정글모자가 밀짚모자를 밀어낸 것은 통풍이 잘되고 크기도 작아 휴대하기 편하기 때문. 불교용품점에서도 인기 품목이다. 가격은 4만 원대.
그러나 젊은 스님들은 연배가 높은 스님들과 같은 자리에서 정글모자를 쓰는 것을 피한다. 여행 중 모자를 챙기는 것도 젊은 스님들의 몫이다. 단체 버스에 올라타면 “스님, 큰스님 모자 챙기셨어요?”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래도 스님과 정글모자는 낯설어보인다. “이름에서 사냥이 연상되는데 좀 어색하지 않나요?”(기자) “자연탐험가나 환경보호활동가도 많이 쓰잖아요.(웃음)”(한 스님)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정글모자를 자주 쓴다. 사회부장 혜경 스님은 “원장스님이 해외 방문이나 단체활동 때 정글모자를 포함해 통일된 복장 규정을 언급한 적이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도기는 수행자의 몸가짐을 상징하는 삭발을 위한 것. 특히 3중날 면도기가 인기다. 전기면도기로는 깨끗하게 삭발하기 어렵고, 일회용 면도기를 쓰면 머리 뒷부분을 면도하다 상처를 입기 쉽다. 한때 자루처럼 생긴 이발소용 면도기가 쓰였지만 짐 검사 과정에서 오해를 받기 쉬워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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