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과의 대화]알록달록 무늬잎 식물… 꺾꽂이로 신품종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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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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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베리아 원종(왼쪽)과 잎 가장자리에 노랑무늬가 있는 무늬잎 품종.
산세베리아 원종(왼쪽)과 잎 가장자리에 노랑무늬가 있는 무늬잎 품종.
필자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쓰던 크레파스에는 어김없이 ‘살색’이 들어있었다. 살색은 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많이 쓰는 색이었다. 그런데 요즘 크레파스에는 살색 대신 ‘살구색’이란 것이 들어있다고 한다. 살색이란 표현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로 비칠 수 있어 색 이름을 바꾸었단다.

마찬가지로 식물의 ‘살색’이 녹색이라고만 생각하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꽃식물의 잎에는 녹색 이외에도 흰색이나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이 섞여 있다.

원예학적으론 이런 것들을 무늬잎식물(반엽식물·斑葉植物)이라 부른다. 반엽식물은 자연상태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원예종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식물들은 희귀하고 관상가치가 높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그런데 씨앗으로는 형질(무늬)이 유전되지 않으므로 몸떼기(꺾꽂이나 포기나누기 등) 방식으로 번식을 시켜야 한다.

잎의 일부 또는 전체가 녹색이 아닌 다른 색깔로 되는 것은 식물체가 햇빛이나 영양환경, 접붙이기, 인위적인 화학물질 처리 등에 반응해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식물의 줄기 끝에 있는 생장점 내 분열조직의 일부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 결과 엽록소가 적어지거나 다른 색소의 발현이 증가해 잎의 색이 바뀌는 것이다.

식물학에서는 이런 과정에서 생긴 식물체를 ‘키메라’라고 한다. 키메라란 말은 여러 동물의 모습이 합쳐진 그리스 신화의 야수 이름에서 유래했다. 무늬잎식물의 무늬는 잎의 가장자리와 중앙, 잎 전체(점무늬 또는 줄무늬) 등 다양한 곳에 나타난다.

앞에서 말한 대로 잎에 무늬가 있으면 사람의 눈에 예뻐 보인다. 따라서 무늬잎식물은 오래전부터 귀중하게 여겨져 왔다. 특히 동양란의 경우 수많은 고가의 무늬잎 품종들이 육종됐다. 산세베리아나 고무나무, 드라세나 같은 관엽식물 종류에서도 잎 무늬에 변이가 일어난 개체들이 많이 육성돼 있다. 무늬 변이종들은 원종에 비해 약한 편이므로 기를 때 좀 더 세심한 관리를 해주는 게 좋다. 또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서 길러야 예쁜 무늬가 계속 유지된다.

무늬잎은 가정에서 키우는 식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녹색 잎을 가진 식물에서 무늬잎을 가진 줄기가 나온다면 그 줄기만을 잘라내 꺾꽂이를 해 보자. 실제로 신품종이 이렇게 취미원예가를 통하여 만들어질 수도 있다.

특히 잎의 무늬가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일 경우 국립종자원과 같은 국가기관에 신품종 출원을 신청하면 좋다. 적절한 절차를 거쳐 해당 식물이 신품종의 조건(신규성과 구별성, 안정성)을 충족하는 것이 확인되면 품종 등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등록자는 새로운 품종의 상업적 번식에 배타적인 독점권을 가질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이런 노력이 적어 외국에서 많은 품종을 도입해 기르고 있다. 하지만 자연발생적인 돌연변이 식물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품종 등록이 활성화된다면 우리나라도 머잖아 식물 육종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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