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굿은 이제 학원 수업을 통해 전수된다. 계보에 따라 일대일로 전승되던 것이 대중교육기관을 거침으로써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도 서울에 굿판이 남아 있을까 싶은데, 서울 굿판의 지식 전승과 교육에 관한 변화 양상을 소개하는 논문이 실천민속학회 전국학술대회(19, 20일 서울 중앙대)에서 발표된다. 홍태한 중앙대 대우교수의 ‘서울 굿판에서 무속 지식의 전승과 교육’.
홍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 굿판은 계보와 지역을 중시하면서 일대일로 전승돼 왔으나 1990년대 후반 학원이나 보존회 같은 대중교육기관이 등장하면서 점차 획일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전통 굿판 지식에 대한 전승은 스승과 제자가 ‘신(神)부모’-‘신자식’의 관계를 맺고 교육을 진행한 뒤 그 관계를 평생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예컨대 왕십리 무속인은 왕십리 지역에서 자신의 신부모에게 배운 내용으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다양한 굿의 지역성과 계보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무속 지식의 전수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지역성과 계보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홍 교수는 진단했다.
새롭게 등장한 전수기관 중 대표적인 방식은 ‘무속학원’. 수강료를 받고 서울굿 12거리, 장구와 춤 등을 가르친다. 홍 교수는 “‘한양굿 교습소’ ‘연수원’ ‘무속대학’ 등의 이름을 붙인 무속학원 10∼20곳이 서울에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수강생들은 전통적인 신부모와 신자식의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필요한 지식만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전했다.
또 다른 형태의 무속 지식 전수단체는 각종 ‘굿 보존회’다. 무속학원이 가진 효율적인 교육체계에 무속을 전승 보전한다는 명분까지 갖춤으로써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몇몇 대학에서는 무속과 관련한 2년 정도의 특별과정을 개설해 졸업장을 주기도 한다. 이론 위주로 강의를 하지만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무속인들이 몰리고 있다고 홍 교수는 전했다.
이 같은 대중교육기관의 등장으로 서울 굿은 계보와 지역을 넘어 비슷해지고 있다. 상업적인 무속공간인 굿당이 서울 외곽에 등장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홍 교수는 진단했다. 굿당에서는 많게는 무속인 30여 명이 한데 모여 굿판을 벌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굿이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서울 굿판에서 지역성과 계보가 사라지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지만 다양했던 서울 굿판의 무속 지식과 그 전수 방법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이를 꼼꼼히 자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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