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송해 씨 다음달 12, 13일 자기이름 건 첫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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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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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남의 노래 MC… 이번엔 나의 노래”

“고향 황해도서 노래자랑 열고 싶어” “고향땅인 황해도 재령에서, 정말 야단법석 놀아보고 싶어요.” 27년째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송해 씨는 고향에서 꼭 한번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고향 황해도서 노래자랑 열고 싶어” “고향땅인 황해도 재령에서, 정말 야단법석 놀아보고 싶어요.” 27년째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송해 씨는 고향에서 꼭 한번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전국∼!” 하면 관객들이 자동으로 받아친다. “노래자랑!” 그리고 이어지는 익숙한 음악소리. ‘빰빰빰 빰빠빰빠∼.’

27년간 전국을 돌며 무대에 오르는 이가 있다. 검붉은 얼굴에 작은 키의 송해 씨(84). 매주 ‘전국노래자랑’에서 사람들이 노래 한 곡조 시원하게 뽑고 하고픈 이야기도 전달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진행한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쇼를 마련했다. 내달 12일과 13일 하루 두 차례씩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나팔꽃 인생 송해 빅쇼’.

“더 늦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들이 봤을 때 ‘아직도 쌩쌩하네’란 생각이 들 때 나가서 회포를 풀어야겠더라고요.” 이 공연에서는 송 씨가 비운 MC 자리를 후배 이상벽 씨가 맡기로 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은 그는 시원한 옥색 모시 저고리와 흰 모시 바지를 입고 있었다. 문 앞엔 ‘원로연예인 상록회’라 적힌 문패가 있고 사무실에 놓인 3개의 초록색 정사각형 테이블 위엔 바둑알과 마작패들이 놓여 있었다. “65세 이상 된 영화감독, 작가, 국악인 등 예술인들이 무시로 드나들어요. 사랑방이지, 뭐.”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그는 해주음악전문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광복과 함께 남북으로 분단되자 그는 1951년 1·4후퇴 때 홀로 피란 내려와 3년 8개월 동안 군 생활을 한 뒤 1955년 들어간 곳이 창공악극단이었다. 거기서 사회도 보고 노래도 부르며 경험을 쌓다 동아방송, MBC 등에서 방송활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동아방송에선 1960년대 ‘스무고개’와 ‘나는 모범운전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스무고개’ 땐 고 박시명 씨랑 콤비를 이뤘어요. 라디오 프로그램이지만 방청객들이 있어서 분장을 다 했었지. 명사들이 나와서 스무고개를 푸는 거였는데 조금 막힌다 싶으면 둘이 들어가서 콩트를 하면서 힌트를 주는 게 우리 역할이었죠. 쉽게 알려주기도 했지만 일부러 맞히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지. 허허.”

① 1965년 코미디언 구봉서 씨(왼쪽)와 함께 콩트 쇼에 출연한 송해 씨.② 2003년 평양 모란봉공원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③ 2010년 ‘전국노래자랑’ 30주년 특집방송에서 후배 방송인으로부터 액자를 선물 받은 송해 씨. 동아일보DB·KBS 제공
① 1965년 코미디언 구봉서 씨(왼쪽)와 함께 콩트 쇼에 출연한 송해 씨.
② 2003년 평양 모란봉공원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③ 2010년 ‘전국노래자랑’ 30주년 특집방송에서 후배 방송인으로부터 액자를 선물 받은 송해 씨. 동아일보DB·KBS 제공
오늘의 송해를 만든 무대는 누가 뭐라 해도 ‘전국노래자랑’이다. “지위의 높낮이도, 빈부격차도 없는 프로그램이에요. 며느리가 노래를 부르고 시어머니가 춤추고, 장애인도 올라와 노래를 부르는….” 그는 “전북 남원에선 한 할머니가 ‘지역감정 심하다고 하는데 난 경상도 남자를 사위로 맞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며 웃었다. 웃다가 안경을 벗고 눈을 닦기도 했다. 전국을 돌며 생긴 에피소드는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공연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번 공연에선 그가 직접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송해 씨는 2003,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앨범 ‘애창가요 모음집 송해쏭’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그는 “예전 악극단에선 진행도 하고 노래도 하고 객석 분위기도 띄우고 다 해봐서 별것 아니다”라며 손을 내젓지만 곧 “이번 공연엔 10곡도 넘게 노래를 부를 것”이라며 씩 웃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아타령’ ‘창부타령’ ‘청춘가’와 같은 민요도 부를 거라고 귀띔했다.

공연은 그의 인생 궤적을 그리되 전쟁을 겪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악극으로 꾸밀 생각이다. 그와 출연진은 ‘굳세어라 금순아’ ‘경상도 아가씨’ ‘이별의 부산 정거장’ 등을 선보인다. 송 씨는 인터뷰 도중 눈을 감고 ‘홍도야 우지마라’에서 부르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부르기도 했다. “짓궂은 비바람에 고달파 운다/사랑에 속았다오 돈에 울었소…”

“후배 코미디언 중 엄용수 이용식 김학래도 코너를 꾸밀 예정입니다. 열심히 콘티를 짜는 것 같은데, 나도 끼워 주려나”라며 입맛을 쩝쩝 다시던 그는 “기성 대중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자신의 별명을 소개했다. 나팔꽃 인생. 같은 제목의 노래도 불렀던 그다. “아침에 활짝 폈다가 오후에 시들시들해지고, 그러다가도 그 다음 날 또다시 확 피고…그러길 반복하며 오래가는 꽃이 나팔꽃이죠. 제 인생이 그와 같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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