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中 공산당 90돌 紅書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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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지도자 전기 등 쏟아져… 찬양 일색엔 비판도

1일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전역이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 주요 거리에는 축하 현수막이 뒤덮고 방송만 틀면 훙거(紅歌·혁명가요)가 넘쳐난다. 서점가도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훙수(紅書·공산당과 마오쩌둥·毛澤東 등 지도자 관련 서적)’ 전문 코너가 마련되는 등 창당 특수를 누리고 있다.

창당 기념일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 베이징 중심가 창안제(長安街) 왕푸징(王府井)의 신화서점 1층. 입구 양쪽의 둥근 기둥형 서가가 마치 붉은 꽃이 핀 것처럼 훙수로 가득했다. 마오쩌둥 주석은 물론이고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 주더(朱德) 등 혁명의 주역과 유명 지도자들의 전기가 즐비하다. 공산당 역사를 다룬 ‘중국 공산당 역사 1, 2’와 최근 같은 이름의 영화가 나온 ‘건당위업’ 등도 눈에 띄었다. 마오 주석이 대장정 과정에서 실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됐던 ‘쭌이(尊義)회의’를 중심으로 파란만장한 대장정을 그린 소설 ‘쭌이! 쭌이!’도 출판됐다.

‘중국 공산당사 출판사’가 올해 초 내놓은 ‘중국 공산당 역사’의 2권은 이미 판매량이 100만 권을 넘었고 1권도 70만 권을 넘었다고 홍콩의 원후이(文匯)보는 전했다. 올해 5월 ‘신세계 출판사’에서 나온 ‘역사의 궤적, 중국 공산당은 왜 능히?’라는 책은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해서 혁명에 성공했는지를 분석한 책으로 영문판 판권 수출도 잇따르고 있다.

책 및 정기간행물 등의 출판 허가 부서인 신문출판총서는 창당 90주년을 맞아 시청(西城) 구 시단(西單)의 신화서점 등 전국의 100개 서점에서 200권의 혁명 및 건국 관련 도서를 전시하는 행사를 개최해 ‘훙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문출판총서 관계자는 “이번 훙시 전시 행사는 출판계가 당에 바치는 생일 축하 선물과 같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에 기획된 책은 단순히 공산당의 역사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공산당과 중국의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시단 신화서점의 한 직원은 “창당 축하 열기가 높아지면서 개인은 물론이고 직장이나 기관에서 단체로 당의 역사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철도부 산하 연수원의 경우 연수원의 공산당원 85명의 교육용으로 당사 관련 서적을 단체로 구입했다.

신문출판총서는 이미 지난해 초 창당 90주년에 맞춰 출판되는 책의 내용과 제목, 편집 등에 대해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어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출판 서적의 종류는 800종을 넘지 않도록 하고 화보집은 68종, 전자출판물은 12종으로 제한했다. 서적의 종류는 역사서와 소설, 인물 전기 등 다양하게 하되 창당 90주년을 맞은 공산당의 성공적 경험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도록 했다.

이런 규정 때문에 공산당의 역사 중 대약진이나 문화대혁명 등 중국 내부에서도 한때의 과오로 여겨지는 내용을 담은 책들은 이번 ‘90주년 생일 축하’를 즈음한 책 발간에서 제외됐다. 자연히 이번에 나온 책들은 지나칠 정도로 공산당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어서 ‘출판계가 경직되어 있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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