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감탄보다 감동 자아내는 묘기 빗속을 뛰놀던 시절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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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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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레인’
연출 ★★★☆ 출연자 기량 ★★★☆

시적인 연출로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서커스 ‘레인’. 크레디아 제공
시적인 연출로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서커스 ‘레인’. 크레디아 제공
서커스라면 누구나 공중으로 뛰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화려한 묘기, 스펙터클한 뭔가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2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서커스 ‘레인’은 이런 기대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색다른 서커스였다.

첫 장면부터가 그렇다. 서커스의 진행자가 무대에 등장해 한참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제목과 달리 비는 실제로 내리지 않을 테니 우리가 손짓을 하면 비가 내린다고 상상하라’고 주문했다. 아예 먹구름 풍선을 배우들이 몰고 다니며 비 내리는 ‘척’을 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선보이는 묘기는 아슬아슬하기보다는 우아하고 정적이었다. 첫 저글링 장면에서 배우가 공중으로 던졌다 받는 긴 막대는 음악에 맞춰 춤추듯 움직였다. 배우들은 화려한 의상 대신 검은색, 회색 등 무채색 의상을 입었다. 공연 세트는 수시로 바뀌는 배경막, 피아노, 묘기에 필요한 시소나 그네 정도로 간단했다. 대사가 많은데다 무대 위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 뮤지컬을 연상시켰다. 어린 시절 서커스의 화려한 묘기를 보며 감탄했던 기억을 가진 어른들이라면 향수를 느낄 만한 공연이었다.

묘기 자체보다는 그 묘기가 빚어내는 정서와 이미지 연출에 집중했다는 점도 달랐다. 다양한 서커스 곡예가 흑백의 대조가 뚜렷한 조명, 서정적 음악과 어우러져 감탄보다는 감동을 만들어냈다.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뛰놀던 자유로운 어린 날을 되돌아본다는 공연의 주제와 잘 어우러지는 연출이었다. 특히 어린 시절을 불러내듯 마법처럼 진짜 비가 쏟아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비는 공연 말미 10분 넘도록 커튼콜이 이어질 때까지 무대 위에 쏟아졌다. 아쉬운 점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공연장 밖 날씨 탓에 시원한 해방감을 안겨줘야 할 이 장면이 오히려 을씨년스럽게 다가섰다는 점이다. 날씨만 도와준다면 2006년 초연 당시 장마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던 아픈 기억을 씻어버릴 수 있을 만한 완성도를 지닌 예술서커스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i: 7월 1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 센터. 4만∼10만 원.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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