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아줌마 위한 ‘킬러 콘텐츠’ … 이영자 순발력 女心주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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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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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노포즈’
노래★★★★ 무대★★★☆ 대본★★★☆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전업주부 역의 이영자 씨(왼쪽에서 두 번째)는 열정적인 춤과 노래, 걸쭉한 입
담으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출연 배우 4명 중 홀로 존재감이 너무 큰 게 흠이라면 흠. 뮤지컬해븐 제공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전업주부 역의 이영자 씨(왼쪽에서 두 번째)는 열정적인 춤과 노래, 걸쭉한 입 담으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출연 배우 4명 중 홀로 존재감이 너무 큰 게 흠이라면 흠. 뮤지컬해븐 제공
지난달 26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메노포즈’는 개그우먼 출신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 중인 이영자 씨가 얼마나 대중적 흡인력이 뛰어난 엔터테이너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두 명이 맡은 다른 배역과 달리 전업주부 역에는 이영자 구혜령 김숙 씨 3명이 번갈아 출연한다. 그러나 이 씨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나면 과연 그녀 없는 메노포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할 만큼 이 씨의 존재감은 크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백화점 속옷 코너에서 같은 제품을 서로 사겠다고 다투던 중년 여성 4명이 각자 갱년기 여성의 공통된 증상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공감한다는 것. 이 씨가 맡은 전업주부는 스모 선수 같은 육중한 체격에 다리를 쩍 벌리고 뒤뚱뒤뚱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하룻밤에 크리넥스 한 통 다 쓰던 뜨거운 시절이 있었답니다∼ 호호” 같은 낯 뜨거운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놓고 “내 친구 중에도 채식주의자가 있어요, 비지트리안”처럼 엉터리 영어 발음을 남발하는 속물이면서도 그 바보 같은 솔직함 때문에 밉지 않은, 귀여운 캐릭터다.

이 씨는 탁월한 애드리브 능력으로 중간 중간 자기 실제 얘기도 끼워 넣는 ‘신공’을 발휘한다. 가령 중년이 되면서 불어난 몸에 대해 하소연하는 한물간 연기자(혜은이)의 말에 “내 앞에서 살 얘기는 하지 마세요. 살로 흥했다가 살로 망했어요”라고 대꾸하고 이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자 “이렇게 박수칠 걸 그땐 왜들 그러셨나 몰라”라고 하는 식이다. 2001년 자신의 ‘다이어트 파문’을 빗댄 것.

이 씨의 존재감에 상대적으로 가려졌을 뿐이지 전문직 여성 역의 진아라 씨, 웰빙주부 역의 김현진 씨, 한물간 연기자 역의 혜은이 씨 등 다른 3명도 연기력이 수준급이다. 혜은이 씨의 과거 모습만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극중 배역에 딱 맞는 이미지로 변신한 모습이 다소 놀라울 수도 있겠다.

20, 30대 여성 관객이 주도하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2005년 초연 이후 2008년을 빼고는 매년 무대에 오른 메노포즈는 40, 50대 여성 관객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폭발적 웃음 못지않게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객석에 앉아 있는 중년 여성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평일 중 금요일엔 오후 4시 공연이 추가된다. 4만∼8만 원. 5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44-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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