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시각으로 새로 쓴다기보다는 보편타당한 기준에서 세계철학사를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서강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00년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며 일반인을 상대로 한 철학 강의에 힘써 온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52·사진)은 최근 ‘세계철학사’(도서출판 길)를 낸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세계철학사는 모두 세 권으로 구성됐으며 이번에는 서양철학을 다룬 1권 ‘지중해세계의 철학’이 나왔다. 동북아, 인도 등의 철학을 다룬 2권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내년 가을, 근현대 동서양의 철학이 영향을 주고받는 양상을 담은 3권 ‘근현대세계의 철학’은 후년에 나올 예정이다. 세 권을 합하면 총 3000쪽이 넘는다.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 원장은 “한국 철학자의 손으로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철학사를 다룬 국내 책이 많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중국철학사’ ‘서양철학사’ 등 지엽적인 부분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죠. 세계철학사를 다룬 외국 책들도 서양이나 아시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국 철학자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세계철학사를 낸 것은 처음이라고 자신합니다.”
출간된 1권 중 중세 이슬람 사상계를 정의하는 부분에서도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그의 시각이 나타난다. ‘이슬람세계 자체 내에서도 수많은 정권이 들어서서 서로 전쟁을 벌이곤 했다. 따라서 이슬람세계에서 나타난 모든 사상을 이슬람사상으로 단일화해서 이해한다면, 그것은 동북아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문으로 쓰인 책을 보고 무조건 중국 사상으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이 안으로 굽지는 않았을까. “그런 점도 의식해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집필할 양도 많았지만 세계철학사 가운데 특정 부분을 넣고 빼거나 분량을 배분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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