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72>曰四境之內不治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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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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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梁惠王(양혜왕)·하’ 제6장의 마지막이다.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왕의 신하가 처자를 친구에게 맡기고 초나라를 遊歷(유력)하고 와 보니 처자가 얼고 주리고 있다고 한다면 그 신하의 친구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왕은 그런 인물은 신하로 삼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또 맹자는 士師(사사)가 휘하의 獄官(옥관)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런 士師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왕은 그런 士師는 파면해버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맹자는 境內(경내)가 제대로 다스리지 않으면 그것이 누구의 책임이냐는 뜻에서 ‘사방 국경의 안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왕은 딴 일을 말했다.

四境之內는 사방 국경의 안이란 말로, 여기서는 제나라 국내를 가리킨다. 不治는 문맥상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낸다. 한문에서는 능동과 피동, 사역을 구분할 수 있는 어조사가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如之何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뜻이다. 左右는 좌우의 신하들이란 말이다. 言他는 딴청을 부려 다른 일을 말한다는 뜻이다.

한나라 때 ‘맹자’에 주석을 달았던 趙岐(조기)는 이 장에 대해 君臣과 上下가 각기 그 임무를 부지런히 하고 맡은 직책을 失墜(실추)시키지 말아야 자기 몸을 편안히 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군주의 직분은 무엇인가. 德으로 다스리는 것이요, 正道로 다스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선 전기의 金時習은 ‘爲政以德贊(위정이덕찬)’이란 글에서 ‘君率以正(군솔이정), 孰敢不正(숙감부정)’이라고 했다. ‘임금이 통솔하기를 바르게 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되지 않으리오?’라는 뜻이다. 유교적 덕치주의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 쉽다. 하지만 정치가의 정의 실현의 의지는 오늘날 더욱 강하게 요청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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