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개성 넘치는 캐릭터 팬 사랑 한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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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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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벅스 버니··· 미피··· 마시마로··· 아로미···

○ 미피(네덜란드)


올해 55세를 맞는 ‘미피’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토끼 캐릭터이다. 네덜란드 작가 딕 브루너가 1955년 처음 만든 미피의 원래 이름은 ‘네인처’. 네덜란드어로 어린 토끼를 뜻하는 ‘코네인처’에서 따온 단어이다.

미피 동화책은 현재 100종류 이상이 출간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1억 권 가까이 팔렸다. 미피는 캐릭터 모양만큼이나 책도 단순하다. 각 책은 16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한 페이지에는 하나의 그림과 4줄의 텍스트가 있다. 미피의 생활도 아주 단순하다. 대단한 모험을 하지도 않고 뭘 많이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풀잎이나 오물오물 먹고 있다가 뭔가에 놀라 도망가는 게 고작이다. 미피의 입은 언제나 ×자로 꼭 다물어져 있다. 또 거의 언제나 눈을 반짝 뜬 채 정면을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미피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다. 능력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기쁨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83세가 된 브루너는 여전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예전 아이들 그림책이 아주 복잡하고 화려했는데 책을 골라주는 부모나 선생님의 시선에 맞춘 것이었다”며 “프랑스 현대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단순화해 미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피는 현재 의류, 문구, 장난감, 안경, 가정용품까지 수많은 제품의 캐릭터로 사용되고 있다. 2003년도에는 TV 프로그램이 제작됐고 국내에서도 EBS에서 반영돼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피의 세계’라는 이름의 닌텐도 위 웨어도 생겼다.

많은 사람이 미피를 일본 캐릭터로 착각한다. ‘산리오’사의 ‘헬로키티’와 친구들이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브루너는 한 인터뷰에서 “헬로키티는 미피를 베낀 거예요. 전 그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마세요. 스스로의 것을 창조하세요”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미피와 헬로키티 간에 소송이 벌어졌다. 브루너가 산리오사를 상대로 헬로키티의 친구 토끼인 ‘캐시’가 미피를 표절했다며 암스테르담 법원에 소송을 낸 것. 법원은 산리오사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캐시 제품에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 마시마로(한국)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 캐릭터로는 ‘마시마로’가 꼽힌다. 2000년 김재인이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 ‘마시마로의 숲’의 주인공 마시마로는 당시 빠른 속도로 보급되던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퍼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마시마로는 ‘마시멜로’의 유아적 발음. 표기와 어감 때문에 역시 일본 캐릭터라는 느낌을 주지만 순수 국내 캐릭터이다. 마시마로는 외모도 모호하다. 토끼로 치자면 귀와 다리가 너무 짧고 뚱뚱해 오히려 백곰에 가깝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과 몸도 옆으로 앞으로 튀어 나왔다.

마시마로는 쭉 찢어진 눈에 특유의 무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토끼이다. 두둑한 배짱, 능청스러운 임기응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난폭하고 황당한 행동을 하기에 ‘엽기토끼’라는 애칭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마시마로는 강자에게는 약한 척하지만 뒤돌아서선 온갖 못된 짓으로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시름에 빠져 있던 한국인들은 마시마로가 제도적 합리성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며 기존 가치에 도전하는 데서 일탈의 쾌감을 느꼈다. 왜소한 체구의 엽기토끼가 덩치 큰 동물을 제압하는 모습은 대리만족을 주기도 했다.

마시마로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시작했고 봉제인형은 국내에서만 1년 6개월 만에 1000만 개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마시마로 캐릭터 사업을 하는 씨엘코코리아에 따르면 마시마로는 현재까지 6000여 종의 제품이 생산돼 총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산 캐릭터 시장을 화려하게 열었던 마시마로는 토끼해를 맞아 부활을 꿈꾸고 있다. 올해 초 마시마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린 책이 처음 출판되었으며 이어 아이패드 및 갤럭시탭용 전자책과 애플리케이션도 준비하고 있다. 3월에는 3차원(3D) 증강현실 게임인 ‘아이플레이 마시마로’를 선보이며 4월에는 프로야구단 LG트윈스와 공동으로 서브캐릭터 마스코트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 아로미(한국)


최근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토끼 캐릭터는 ‘아로미’다. EBS의 인기 유아 애니메이션 ‘코코몽’에 등장하는 토끼로 냉장고 나라의 싱싱마을에 사는 토끼이다. 원래 계란이었는데 어느 날 얼음물고기의 마법으로 토끼로 변한 최첨단 ‘트랜스포머’ 토끼이다.

아로미는 새침해 보이고 잘 우는 울보이지만 친구들과 꽃을 사랑하는 지혜롭고 예쁜 여자 토끼. 아로미는 “참, 건강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먹어야 해”라든지 “먼저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잊지 말고∼” 등의 멘트를 통해 유아들에게 위생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심어주기도 한다.

‘코코몽’은 2008년 2월 ‘냉장고나라 코코몽’을 EBS에서 처음 방영한 후, 2010년 2월 ‘헬로 코코몽’을 선보였다.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종합 1위(2.59%), 만 3∼5세 점유율 1위(39.6%)를 기록했다. ‘코코몽’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졌고 그림책과 완구, 인형가방 등 관련 상품도 300여 가지가 나와 있다.

올 2월부터 선보이는 ‘코코몽 시즌 2’에는 로보콩, 세균킹과 그의 부하 캔디팡, 감자팡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새로 등장해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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