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텅텅 빌 때까지 성불 않겠다” 지장보살로 본 ‘불교의 죽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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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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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불교중앙박물관서 유물전시회

고창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고창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일체 중생을 제도해 마침내 그들이 보리(깨달음)를 얻고 지옥이 다 빌 때까지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衆生度盡 方證菩提 地獄未空 誓不成佛).”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이 비장한 서원으로 부처 외 또 다른 신앙의 대상이 됐다. 그는 충분한 법력으로 부처가 될 수 있는데도 지옥의 중생을 모두 구제할 때까지 성불을 미룬 대표적 대승보살로 숭앙돼 왔다. 국내 사찰에서는 지하세계를 상징하는 명부전(冥府殿)이나 지장전(地藏殿)에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으며 천도재나 49재가 주로 여기서 열린다. 지장보살은 불교의 사후세계와 구원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존재인 것이다.

23일∼내년 1월 16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삶, 그 후-지옥중생 성불할 때까지’전은 지장보살을 통해 불교적 죽음의 문제를 다룬 전시회다. 보물 6점을 포함한 관련 유물 85점을 선보인다.

전시작품 중에는 전북 고창군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 279호), 경북 예천군 용문사 명부전 불상들, 경기 안성시 청룡사 감로왕도(보물 1302호), 경북 경주시 기림사의 지장보살본원경(보물 959호) 등이 돋보인다.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조선 전기에 조성된 몇 안 되는 지장보살상으로 높이가 1m에 이르며 조선시대 금동불 중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약간 비만인 듯한 상호(相好·부처의 용모와 형상)나 경직된 신체 표현 등이 고려 후기 불상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용문사 유물은 명부전이 수리에 들어가면서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명부전은 절에서 망자의 재를 지내는 공간이어서 전각 수리가 아니면 유물들은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목조지장보살좌상, 사자상 등 유물 12점은 관련 탱화의 명문(銘文)으로 볼 때 1684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692년 그려진 청룡사 감로왕도는 현존 감로왕도 중 제작연대가 가장 이른 편에 속한다. 감로왕도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도하는 의례를 담은 불화로, 삶과 죽음, 그리고 구제를 한 화면에 표현한다. 청룡사 불화는 일반적인 감로왕도와 다르게 그림 상단에 석가여래와 아난존자가 등장하는 것이 특이하다.

예천 용문사 목조지장보살좌상
예천 용문사 목조지장보살좌상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명부세계’에서는 불교에서 사람이 사후 3년간 받는다는 열 번의 재판을 관장하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시왕(十王)과 시왕들이 사는 지옥들을 표현한 유물을 선보인다. 2부에서는 지장보살상과 지장보살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경전을 전시한다. ‘죽음, 남은 자들의 이별의식’이란 주제로 3부에서는 망자를 위한 의식을 소개하는 감로왕도, 현왕도 등을, 4부에서는 극락을 대표하는 아미타불과 지옥을 대표하는 지장보살이 결합된 유물을 선보인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 스님은 “고려 때 등장한 지장신앙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더욱 발달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불교가 죽음의 문제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02-2011-1965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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