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악-록-춤-그림이 만나 신세계를 연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가야금 60년’ 황병기 명인과 떠나는 소리여행…후배 예술가 52명 12월 4일 헌정공연

“광복 후 혼란기에 이어 6·25전쟁이 터지면서 우리 국악을 배우기 힘들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신기하게도 1951년 부산에 피란 갔을 때 가야금을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가까운 선후배도, 동년배도 없어요. 객관적으로는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가야금 황병기 명인(74)은 반세기가 넘는 국악 활동을 이렇게 추억했다. 황 명인은 1951년 경기중학교 3학년 때 가야금을 시작했고, 1962년 창작곡 ‘국화 옆에서’를 선보이며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다. 내년으로 국악 활동 61년을 맞고, 작곡가로 활동한 지는 50년이 된다.

묵묵히 국악의 길을 걸어온 그를 위해 후배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헌정 공연을 연다. 12월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0 황병기의 소리여행, 가락 그리고 이야기’.

○ 거장과 거장이 만나다

이번 공연에는 국악뿐만 아니라 록 음악, 무용, 미술을 하는 후배 예술가 52명이 참여한다. 1980년대 한국에서 즐비한 팬을 확보했던 일본의 세계적 기타리스트 야마시타 가즈히토 씨도 열세 살 난 딸 가나히와 함께 무대에 선다. 아버지 야마시타 씨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의 관현악 작품이나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 다른 악기를 위한 솔로 연주곡을 기타 하나로 표현해 클래식 기타의 저변을 넓힌 입지전적 인물. 황 명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야마시타 씨는 헌정 공연 소식을 듣고 흔쾌히 참가했다.

황 명인은 그와의 인연에 대해 “음반을 낸 음반사가 같아 연락이 닿았다. 야마시타 씨가 한국에 아들과 함께 왔을 때 나를 혼자 앞에 두고 ‘최신 곡을 들려주겠다’며 연주도 했다”면서 “어마어마한 관현악 곡을 기타 하나로 연주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야마시타 씨는 황 명인의 최초 창작 가야금 독주곡 ‘숲’을 기타로 재해석한다.

○ 예술의 융합, 새로운 변주

황 명인이 50여 년 세월 동안 세상에 선보인 작품은 40여 편. 이번 공연에서는 ‘숲’을 비롯한 대표작 8곡을 선보인다. 오대환 연출가는 “황 명인의 고전적인 작품들을 다른 예술가들이 자기 색깔로 채색해서 헌정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록그룹 ‘어어부 프로젝트’는 기괴하고 음침한 곡으로 인상 깊은 ‘미궁’을 연주한다. 황병기식의 아방가르드(전위예술)를 보여줬던 ‘미궁’은 한때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기괴하고 음침한 곡. 역시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선보이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베이스 장영규 씨는 “미궁은 처음 듣는 사람이 깜짝 놀라는 독특한 곡이다. 황병기 선생님의 텍스트나 가락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 그 인상만 갖고 연주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미궁’에 무용가 안은미 씨가 춤을 더해 새로운 조화를 시도한다.

‘서곡’에는 가야금, 피아노, 타악, 대금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김삼진 무용단 22명이 춤을 보태며 서예가 김기상 씨가 그림을 더한다. 무용가 김삼진 씨는 “황 선생님의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을 가능하게 하는 음악이어서 창작 무용가 가운데서 선생님의 작품을 안 써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출연하는 인원이 많은 만큼 무용가들을 눈송이로 표현하는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국악 앙상블 ‘시나위’와 ‘비빙’ ‘다스름’은 황 명인의 ‘영목’과 ‘산운’ 그리고 ‘고향의 달’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소설가 이외수 씨의 그림 3점도 무대에 설치한다. 방송인 이금희 씨와 직접 진행도 맡는 황 명인은 공연 마지막에 ‘달하 노피곰’을 화답 형식으로 연주한다.

황 명인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고 기막힌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입이 쩍 벌어지는 좋은 작품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국악이 세계화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만∼10만 원. 02-548-4480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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