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다이제스트]포수와 白虎, 복수혈전의 끝은…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밀림무정/김탁환 지음/전 2권/1권 388쪽, 2권 440쪽/각 권 1만2000원/다산책방

김탁환 작가(42)의 새 소설은 여전히 과거를 무대로 삼지만 등장인물은 낯설다. ‘밀림무정’은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0년대, 서로를 찾아 개마고원의 설산을 헤매는 포수 ‘산’과 백호의 이야기다. 서로에게 가족이 죽임을 당하고 깊은 절망과 원한에 사로잡혀, 서로를 죽이고서야 고통의 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와 호랑이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추격전이란 서사는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으나 작가의 솜씨는 날렵해 한 장 한 장 흥미롭다. 백호에게 팔을 잃고 노름에 빠져드는 산의 동생 수, 조선 호랑이를 찾다가 산과 사랑에 빠진 생물학자 주홍 등 주변 인물들의 사연도 이야기의 전개에 필연적인 역할을 한다. 동물도감과 서식지분포지도, 호랑이의 사냥법 등 숱한 자료와 역사서를 탐독했다는 작가의 내공이 치밀한 문장 곳곳에서 발현된다.

산과 백호의 싸움에 일본 해수격멸대가 끼어들고, 포수와 호랑이 모두가 잡혀서 경성으로 끌려간다. 그 과정에서 포수와 백호는 고통스러운 추격의 시간이 실은 가장 피가 끓는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21세기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작가가 불러낸 야성의 포효는 낯설고도 우렁차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