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섹시한 와인이 좋다!8] ‘와인의 여왕’ 샤토 마고의 치명적인 유혹

더우먼 입력 2010-09-27 16:58수정 2010-09-27 18: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국내 한 유명배우는 여자 친구가 태어난 해의 샤토 마고를 사들이기도…
▲ ‘샤토 마고’의 매력은 아찔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생전 즐겨 마신 술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칵테일 ‘모히토’다. 쿠바에 거주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된 ‘노인과 바다’를 쓸 때 헤밍웨이는 럼을 베이스로 민트와 라임을 넣은 모히토를 매일 빼놓지 않고 즐겼다.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모히토는 그에게 특별한 행복이었단다.

그렇다면 그를 행복하게 한 또 다른 술은 뭐였을까. 그건 바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마고’(Chateau Margaux)다.

▲ 샤토 마고 2000년산.
헤밍웨이는 보르도를 여행하다 샤토 마고에 반한 이후 196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이 와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손녀가 둘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의 이름을 직접 마고로 지었을 정도.

그 손녀가 바로 할리우드에서 모델 겸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마고 헤밍웨이다. 출연 작품 보다는 헤밍웨이의 손녀로 더 유명세를 탄 그녀는 1996년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슬픈 배우. ‘립스틱’이라는 영화에는 동생 마리엘 헤밍웨이가 함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주요기사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일본 영화 ‘실락원’에서 주인공 야쿠쇼 코지와 쿠로키 히토미는 자신들의 사랑이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자 와인에 청산가리를 타서 나눠 마시고 죽는 다. 이 때 등장한 와인 역시 샤토 마고다. 와인에 미쳐 포도를 직접 재배한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보르도 여행 당시 샤토 마고를 ‘최고의 와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샤토 마고에는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패전국인 독일은 전쟁으로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프랑스에 공식 사과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어디였을까. 프랑스를 상징하는 에펠탑이나 루브르박물관이 아니라 놀랍게도 의 성 안이었다.

라벨에도 그려져 있는 이 성은 1811년 건축가 루이 콩브가 설계한 것으로 나치의 군국주의에 무참히 짓밟힌 프랑스의 명예가 공식적으로 회복된 역사적인 장소가 됐다.

▲ 라벨의 중심에 그려진 게 샤토 마고의 성이다.

15세기부터 포도원의 역사가 시작된 샤토 마고는 이전에는 요새로 사용됐다. 13세기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롱드 강 어귀에 요새를 설치했는데 이 중 하나가 샤토 마고의 자리였던 것.

▲ 실제 성의 모습.

공교롭게도 해적과 군국주의를 동시에 물리친 장소가 바로 샤토 마고라는 얘기다.

샤토 마고가 보르도 최고 와인의 명성을 항상 유지했던 건 아니다. 한 때 포도원이 황폐화되고 대위기를 맞기도 했다. 망가진 포도밭에서 나온 좋지 않은 포도로는 누구도 마법을 부리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프랑스인이 아니라 그리스인. 그의 이름은 앙드레 멘젤로플로스다.

프랑스로 건너와 1600개가 넘는 슈퍼마켓을 거느린 대형 유통회사 펠릭스 포탕의 오너가 된 앙드레 멘젤로플로스는 1977년 지네스테 가문에서 포도원을 사들여 와인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르몽드에는 ‘메독에 나타난 그리스인’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났을 정도다.

▲ 샤토 마고 전경.

최고의 와인 생산을 목표로 한 앙드레는 포도원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보르도 대학의 양조 전문가 에밀 페노 교수의 컨설팅을 받아 와인을 만들었다. 그 결과 1978년 빈티지부터 이전과는 다른 샤토 마고를 시장에 내놨다.

▲ 오너 코린 멘젤로플로스.
샤토 마고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메인으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를 블렌딩해 만드는데 앙드레와 그의 팀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을 늘리고 메를로의 비율을 낮춰 보다 견고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변신시켰다.

소비자들은 손을 들어줬고, 1980년 아버지가 죽은 후 사업을 이어받은 딸 코린 멘젤로플로스는 여전히 샤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자존심을 살린 중심에 그리스인이 있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샤토 마고 마니아들은 국내에도 많다. 한 유명 배우는 샤토 마고에 너무 반한 나머지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가 태어난 해의 샤토 마고를 구매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컨드 와인에서도 드러난다. 레드 와인이 중심인 메독 지역에서 ‘파비용 블랑 뒤 샤토 마고’(Pavillon Blanc du Chateau Margaux)라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것. 이 와인은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드는데 풀바디한 화이트 와인의 근사함을 선물한다.
글·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juna109@paran.com)
사진제공·금양인터내셔날

‘섹시한 와인이 좋다’를 연재하는 이길상 기자는···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