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돌 vs 돌부처, 두근두근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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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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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물가정보배 놓고 격돌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 2000년대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두 기둥이지만 이상하게도 주요 대회에서 도전기나 결승전을 벌인 적은 많지 않다. 두 기사의 빅매치를 보고 싶어 하는 바둑 팬들의 갈증을 풀 기회가 생겼다.

9월 1일 시작하는 한국물가정보배 결승에서 이창호 이세돌 9단의 대결이 펼쳐진다. 2009년 초 KBS 바둑왕전 결승전에서 만난 뒤 1년 반 만이다. 이세돌 9단은 8일 한국기원 바둑TV에서 열린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 준결승에서 원성진 9단을 209수 만에 흑 불계로 꺾었다. 이창호 9단은 1일 최철한 9단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두 기사는 2001년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번의 도전기와 결승전을 펼쳤다. 1990년대 중반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이 한 해에 6, 7차례씩 도전기 등을 뒀던 것에 비하면 매우 적다. 특히 2004년 왕위전 이후 2009년 바둑왕전 결승전까지 두 기사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6번의 대결에서 이창호 9단이 14승, 이세돌 9단이 10승을 거뒀다. 승수 차는 별로 나지 않지만 결과는 이창호 9단이 5번 이기고 이세돌 9단은 2003년 LG배 기왕전만 이겼을 뿐이다. 이세돌 9단이 2승 3패로 아깝게 진 대회가 많았기 때문. 총전적에서도 30승 21패로 이창호 9단이 앞서고 있다.

흔히 이세돌 9단은 ‘중천에 뜬 해’, 이창호 9단은 ‘지고 있는 해’로 비유해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치지만 역대 성적이 보여주듯 둘 간의 대국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바둑계의 중론이다.

이렇게 드문 기회인 만큼 두 기사가 대국에 임하는 자세는 특별하다. 이창호 9단은 “이세돌 9단은 어느 때보다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톡톡 튀는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이세돌 9단도 이창호 9단에 대해서만큼은 깍듯하고 겸손하다. 그는 “흥분된다. 좋은 기보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는 평가다.

1년 6개월만의 결승대국 역대전적선 이창호 앞서

김승준 9단은 “국내 랭킹 1위(이세돌 9단)와 2위의 대국인 않겠지만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라고 말했다.

이 만남이 두 기사에게 주는 의미는 더 있다. 이창호 9단은 지금 국수를 비롯해 명인 바둑왕전을 보유하고 있다. 이창호 9단은 이 기전에서 2번이나 결승에 올랐으나 우승에 실패했다. 이 기전을 따면 현존하는 모든 기전에서 한 번씩 우승하는 기록을 세운다.

이세돌 9단도 지난해 6개월 휴직하면서 국내 기전 타이틀을 모두 반납해 지금은 보유한 기전이 하나도 없다. 이 기전이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이세돌 9단은 현재 국제 기전인 비씨카드배만 보유하고 있다.

결승전에 앞선 전초전으로 19일 명인전 본선 대국을 두는 것도 관심거리다. A조에 속한 두 기사는 의외로 부진해 둘 다 2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여기서 이긴 기사가 최종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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