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공공의 적〓北”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1940~50년대 나치 독일 → 1960∼80년대 소련 → 1990년대 외계인 → 2000년대 ?최신작 ‘솔트’ 주인공 北서 고문당하고애니메이션에선 김정일이 테러 수장폐쇄성 때문에 ‘음모집단’으로 묘사

어두운 골방 안, 금발의 미녀 첩보원이 반나체로 북한군 병사들에게 사정없이 뭇매를 맞는다. 건물에 부착된 ‘자주통일’이란 구호도 보인다. 현재 상영 중인 액션영화 ‘솔트’의 한 장면이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이 작품은 정작 줄거리나 액션보다는 북한의 핵무기를 파괴하려 잠입한 솔트가 북한군에 붙잡혀 고문받는 초반부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솔트’뿐만 아니다. 이제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당=북한’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 미국 대중문화에서 상한가(?) 치는 ‘북한’

요즘 외교적으로 미국의 냉대를 받는 북한이지만 할리우드에서만은 ‘블루칩’이다.

시초는 배우 차인표 씨가 출연 제의를 거절해 화제가 된 ‘007 어나더데이’(2002년). 이 작품에서 무기 밀매를 벌이는 북한 장교들은 제임스 본드를 사로잡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가진 ‘적’으로 등장했다. ‘에너미 라인스 2’(2006년)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가 주요 무대로 등장하며 핵개발을 막으려는 한미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다뤘다.

이 밖에도 북한이 대형 블록버스터의 ‘양념거리’로 등장하는 영화는 부지기수다. ‘트랜스포머’(2007년)에서는 외계 로봇들에게 미군 기지가 공격당하자 미국 관리는 “이런 짓을 할 나라”로 북한을 지목한다. ‘아이언맨 2’(2010년)에서는 북한이 아이언맨의 특수 슈트를 모방한 군수품 개발에 매진하다 실패하는 국가로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팀 아메리카: 세계경찰’(2005년)은 아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테러집단의 수장인 김 위원장은 “왜 이렇게 다들 무식하지? 나처럼 지적이지 못하고…”라고 중얼거리며 노래하는 나르시시즘 환자로 희화화됐다. 북한의 감초 역할은 미드(미국드라마)에서도 두드러진다. ‘전격Z작전’이나 ‘앨리어스’ 같은 첩보물에서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무기밀매 세력으로 빈번하게 나온다.

○ ‘공공의 적’: 나치 독일→소련→외계인→북한(?)

평론가들은 과거 오랫동안 할리우드에서 ‘공공의 적’이었던 옛 소련의 자리를 북한이 대체했다고 보고 있다. 많은 할리우드의 작품은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적’을 규정하고 이 적을 물리치는 것을 주요 줄거리로 삼는다.

1940∼50년대 나치 독일(‘독재자’ 등), 1960∼80년대 소련(‘붉은 10월’ ‘백야’ 등)을 적으로 삼았던 할리우드는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지구 밖 외계인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인디펜던스데이’ ‘화성침공(리메이크)’ ‘맨인블랙’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 등이 알려지면서 북한 정권은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미국과 갈등을 빚는 아랍 국가에 대해서는 ‘시리아나’(2006년)나 ‘킹덤’(2007년)에서처럼 동정적 시선을 보내거나 미국의 ‘석유 욕심’이 문제라는 인식을 담은 작품이 나오는 등 북한에 대한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영화평론가 박유희 씨는 “미국 사회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될 정도로 알려진 아랍 국가와 달리 북한은 모든 것이 감춰져 있는 곳”이라며 “핵, 권력 세습, 맹목적 복종, 끔찍한 기아 같은 모습만 알려지다 보니 북한은 국가라기보다 이상한 지도자가 기괴한 음모를 꾸미는 집단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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