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럭셔리 제주’로 떠나는 가족여행… 눈-입-마음도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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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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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라호텔은 올여름 호텔 정원 아래쪽 중문 비치에 럭셔리한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강렬한 태양빛을 피해 쉴 수 있는 침대와 월풀 욕조, 아기 기저귀를 가는 침대 등이 있다. 호텔 측은 고객들에게 선탠 침대도 대여해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사진 제공 제주신라호텔
제주신라호텔은 올여름 호텔 정원 아래쪽 중문 비치에 럭셔리한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강렬한 태양빛을 피해 쉴 수 있는 침대와 월풀 욕조, 아기 기저귀를 가는 침대 등이 있다. 호텔 측은 고객들에게 선탠 침대도 대여해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사진 제공 제주신라호텔
《일요일 오전 7시 45분 김포를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방에서 꺼내 읽다가 이내 책장을 덮었다. 정의와 불의,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 나는 과연 충돌하는 가치들 속에서 똑바로 균형을 잡고 있나. 핑계로 무장해 자기 합리화하지는 않나. 부끄러움이 황망하게 밀려왔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말을 옮기자면, 여행은 생각의 산파이며 움직이는 비행기 안은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50분간의 비행은 마치 체스 게임의 말을 움직이듯, 나를 제주공항이란 장소로 가뿐히 공간 이동시켰다.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찾았던 제주는 때로는 낭만이고, 고독이고, 가족이었다. 지난날 제주가 변화무쌍했던 건 제주가 변덕을 부린 것이었는지, 내 마음이 그랬던 것인지는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어떤 상황에서든 제주는 나의 작은 어깨를 감싸주었다는 점이다.》
[해비치 호텔] ‘스파 아라’ 토속 마사지 압권… 브런치로 ‘호강’

[제주신라호텔] 로맨틱한 ‘달빛 수영’… 프라이빗 비치 환상적


가방 속에는 같은 날 오후 8시 50분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 티켓이 들어 있었다. 이번 제주행은 ‘럭셔리 제주’를 찾는 게 목적이었다. 여기서 럭셔리는 번지르르한 명품이 아니다. 눈과 입과 정신이 호강할 수 있는 총체적 즐거움이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여름휴가를 앞둔 사전답사라고 마음먹자며 홀로 제주에 온 것을 위로했다.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제주는 최근 ‘스파 아라’란 고급 스파를 열었다. 이곳의 ‘브런치 스파’ 프로그램은 15분간의 월풀 욕조 입욕 후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브런치 메뉴를 제공한다. 이후 경혈점에 진동을 주고 골반을 풀어주는 마사지로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사진 제공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제주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제주는 최근 ‘스파 아라’란 고급 스파를 열었다. 이곳의 ‘브런치 스파’ 프로그램은 15분간의 월풀 욕조 입욕 후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브런치 메뉴를 제공한다. 이후 경혈점에 진동을 주고 골반을 풀어주는 마사지로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사진 제공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제주
공항청사 유리문을 밀고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니 왼쪽에 대형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바로 그곳에 매 시간 출발하는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제주행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 이른 여름휴가를 제주로 온 듯한 한 가족이 이 버스에 올라탔다. 40대로 보이는 이 가족의 가장은 초등학생 딸들이 안전벨트를 맸는지 몇 차례 다정하게 확인한 뒤 “푹 쉬다 갈래”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의 그는 정말로 편안해 보였다. 아내는 “리조트 체크인 전에 김영갑 갤러리를 둘러봐요”라고 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우리 시대 사람들이 제주 여행에 대해 갖는 기대, 즉 일상에서 한발 물러난 휴식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향한 갈망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렌트카를 빌리지 않고 버스에 몸을 맡겨 1시간여 천천히 제주의 초록을 감상하는 그 맛은 일전에 제주 설록 다원에서 마셨던 녹차처럼 정갈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를 방문하긴 처음이었다. 리조트(215개 객실)는 2003년, 호텔(288개 객실)은 2007년 들어섰다. 로비에는 현대차 ‘제네시스’와 기아차 ‘K5’가 반짝이는 차체를 뽐내며 전시돼 있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운영하는 이 호텔은 만 하루 동안 K5를 시승하는 호텔 투숙 상품도 판다. 어차피 차를 대여하지 않고 홀가분하게 왔다면 당신에겐 두 가지 초이스가 있다. K5를 몰아볼 것인가, 아니면 ‘올레 무료 셔틀 버스’를 이용해 제주의 올레길 코스를 거닐어볼 것인가. 화려한 중문 관광단지와 달리 해비치가 있는 표선 일대는 고요했다. 해비치 코앞에 펼쳐지는 제주 바다가 이날따라 짙게 낀 해무(海霧)에 가린 게 ‘옥에 티’였을 뿐. 하긴 이 바다의 일출을 치켜세우는 이가 얼마나 많던가.

이 호텔이 최근 문을 연 ‘스파 아라’의 김연숙 스파 컨설턴트는 ‘브런치 스파’ 프로그램을 권했다. 커다란 월풀 욕조에 재스민 입욕제를 풀자 연두색 물이 됐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용의 온도는 온 몸을 푹 잠기게 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15분간의 입욕을 마치자 욕조가 있는 스파 룸으로 브런치가 나왔다. 메뉴 이름은 ‘유연불삽(柔軟不澁)’. 부드럽고 유연하나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 연꽃처럼 생활이 융통성 있으면서 남다르게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란 뜻이란다. 연잎으로 싼 오곡 현미밥, 연어를 넣은 미니 샌드위치, 아보카도와 치커리 등 유기농 식재료를 섞은 샐러드, 한라봉 주스로 차려진 이 메뉴는 허기를 채워주면서도 속을 편안하게 해 ‘영혼의 음식’이란 찬사를 받아도 될 듯했다.

압권은 ‘리안비’란 이름의 제주 토속 마사지였다. 김 컨설턴트가 제주 마을마다 있는 ‘체내림 할망’(아픈 곳을 손으로 만져 고쳐주는 할머니)들의 민간 치료요법을 수 년 간 어깨너머 배워 마사지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경혈점에 진동을 주고, 골반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받으면서 질문을 쏟아내자 김 씨가 말한다. “이 행복한 시간을 그저 즐겨보세요.”

해비치로부터 중문에 있는 제주신라호텔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걸렸다. 당초는 택시를 탈 계획이었으나 김 씨가 이 호텔의 시승차인 ‘제네시스’로 동행해 줬다. 속도제한과 신호등 때문에 제주에선 속도를 낼 수 없다. ‘비자발적인 느림’인 셈인데 느림에 익숙하지 않은, 아니 느림을 불편해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일부러라도 이런 느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1년 만에 찾은 제주신라호텔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로 붐볐다. 신혼여행객도 많았다. 지난해엔 신종 인플루엔자 여파 때문이었다지만 이젠 웬만한 외국은 가 본, 그래서 제주의 한적한 여유의 진가를 아는 젊은층들이 제주로 허니문을 와서 그저 푹 쉰다. 자쿠지, 핀란드식 사우나, 풀 사이드 바 등을 갖춘 이 호텔의 야외수영장은 얼마 전부터 밤 12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달빛 속 수영이 얼마나 로맨틱한데요. 오늘 서울로 가는 게 아쉽네요”라고 말하는 명지영 제주신라호텔 홍보담당자의 표정엔 안타까움이 배어났다.

올여름 제주신라호텔에 간다면 호젓한 이 호텔 정원에서 230여 개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펼쳐지는 프라이빗 비치에 가 보는 게 좋겠다. 이달부터 호텔 고객들을 위해 고급 선탠 침대와 그물 침대, 아기 기저귀 가는 침대와 월풀 욕조 등을 놓은 럭셔리 휴식 공간이 마련됐다. 아이들을 키즈 캠프에 맡기고 2∼3시간 부부가 올레 길을 걷거나 한라산 숲길을 트레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야말로 ‘원스톱 휴양과 엔터테인먼트’다.
제주신라호텔은 제주의 해안 절경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자전거 하이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전거는 24단 MTB를 이용하며 안전모와 장갑을 대여해 준다. 샌드위치, 커피, 생수 등도 호텔 측에서 준비한다. 참가비는 2만∼3만5000원. 사진 제공 제주신라호텔
제주신라호텔은 제주의 해안 절경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자전거 하이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전거는 24단 MTB를 이용하며 안전모와 장갑을 대여해 준다. 샌드위치, 커피, 생수 등도 호텔 측에서 준비한다. 참가비는 2만∼3만5000원. 사진 제공 제주신라호텔

이 호텔 한식당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에게 그동안 제공했던 한식 메뉴를 ‘세계 정상과의 만남’이란 이름으로 7만8000원에 판다. 전복 물회, 매생이 성게국과 궁중 용궁 신선로, 전복과 갈비 바비큐, 보말 미역국 등 6코스 메뉴는 우리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절로 갖게 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는 딸에게 줄 감귤 초콜릿과 남편을 위한 빨간색 용기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향수를 샀다. 다음에 이들과 함께 올 때 제주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지. 하긴 갈 때마다 제주를 좋아하는 내게 남편은 “차라리 제주에 내려가 살래?”라고 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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