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12세기부터 이어온 손맛 14시간 장인의 땀 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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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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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estoni로 보는 명품 구두의 세계

테스토니 장인이 끌을 이용해 구두의 옆 자락을 손으로 정리하고 있다. 구두 앞부분을 둘러싼 꼬아진 끈 모양은 테스토니 구두의 특징을 보여주는 공법이다. 테스토니 구두의 200여가지 공정이 숙련된 장인의 손에서 이뤄진다. 사진 제공 테스토니
테스토니 장인이 끌을 이용해 구두의 옆 자락을 손으로 정리하고 있다. 구두 앞부분을 둘러싼 꼬아진 끈 모양은 테스토니 구두의 특징을 보여주는 공법이다. 테스토니 구두의 200여가지 공정이 숙련된 장인의 손에서 이뤄진다. 사진 제공 테스토니
고집스럽게 단 한 치의 오차도 인정하지 않고 가죽의 두께가 0.2mm인 것만 채취한다. 디자인에 따라 가죽을 재단하고 바느질을 한 뒤, 바닥과 몸체 부분(upper)을 결합하고 염색을 한다. 10∼40년 이상 구두만을 만들어 온 장인들도 1켤레의 구두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14시간. ‘테스토니(a.testoni)’ 구두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 휴머니티가 스며든 구두를 만들려 했던 장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슈즈를 만드는 것.’ 세계적인 구두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 테스토니의 현재 목표이며 1929년 이 브랜드를 만든 구두 장인(匠人) ‘아메데오 테스토니’의 꿈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가죽을 다루는 장인 집안의 후손이었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고, 아내와 4명의 장인과 하루에 오직 구두 4켤레만을 만들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비결은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인들의 손이었다.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브랜드가 전통 기술을 포기했지만, 테스토니는 12세기부터 이어 온 수공예 기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볼로냐의 테스토니 공방(工房)은 18∼19세기 장인들의 작업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명품 구두와 별개로 시민들의 자랑거리가 될 정도다. 특히 당시 공방은 현재까지 테스토니의 본사로 사용되고 있다.

○ 테스토니를 만든 ‘볼로냐 공법’

테스토니 구두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볼로냐 공법’. 염소 가죽을 신발 안쪽에 덧대는 작업을 통해 신발이 더욱 편해진다.
테스토니 구두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볼로냐 공법’. 염소 가죽을 신발 안쪽에 덧대는 작업을 통해 신발이 더욱 편해진다.
테스토니가 포기하지 않았던 전통 기술 가운데는 오늘날 테스토니가 있게 만든 ‘볼로냐 공법’이 있었다. ‘주머니 공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구두의 앞부분 안쪽에 부드러운 염소가죽을 삽입하는 것. 이 염소가죽은 마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착용하는 장갑처럼 발과 하나가 돼 움직이는 기능을 한다. 구두를 신었는지 안 신었는지조차 모르도록.

오랜 세월 볼로냐 장인들의 손을 거쳐 전해져온 이 기술은 1950년대 테스토니에 의해 완성됐다. 매우 복잡한 기술이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아주 작은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제품 전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테스토니를 제외한 다른 신발 제작업체들이 볼로냐 기술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편안한 테스토니 구두에 매료돼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구두를 주문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 신발 윗부분과 바닥 밑창을 잇는 바느질 선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장식에서 유래한 ‘스파이럴 공법’도 테스토니의 상징이다. 얇은 가죽끈을 중심으로 다른 가죽을 나선형으로 틈이 없을 정도로 꼬아 사용하는 것으로, 세심함은 물론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다.

○ 아시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

테스토니는 창립자 테스토니의 사위인 ‘엔초 피니’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가죽 공급업체에서 가업을 잇던 피니는 결혼 후 1954년부터 테스토니에서 일하며 브랜드 명성을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알리기 시작했다. 패션의 불모지로 평가받던 아시아권에도 애정을 많이 쏟았다. 그 결과 현재 테스토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7개의 직매장을 열었으며 각 나라의 트렌드 세터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테스토니 코리아’는 1990년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당시 ‘t’로 상징되는 핸드백 라인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고소영, 이미연, 송윤아, 이영애 등이 애용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남성 라인도 강화해 지금은 남성 슈즈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각인돼 있다. 현재 백화점 매장 6곳, 아웃렛 1곳, 면세점 6곳에서 지난해 기준 약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테스토니 코리아 총매출에서 남성 구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7%에 이른다. 남성 구두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끈을 묶는 갈색 구두. 오래된 나무처럼 결이 살아있는 무늬를 보여주는 ‘안티카토(anticato)’ 염색 기법이 사용된 제품이다. 안티카토는 장인들도 한 켤레에 2∼3시간이 걸릴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에 속한다. 테스토니 코리아에서는 이탈리아 장인에게 직접 교육받은 염색 전문가를 고용해 고객이 원하는 수준에 따라 염색을 달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새로 염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정도이며 추가 비용은 없다.

올해 테스토니 코리아는 가방 매출이 크게 오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갈색 구두가 외면당하다가 한 번에 유행이 불어온 것처럼 갈색 계열의 테스토니 가방도 ‘패션의 완성’으로 여겨지며 남성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테스토니의 ‘갈색 바람’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테스토니의 구두 제품에는 4가지 라인이 있다. ‘아메데오 테스토니 라인’은 가장 고가(高價) 제품이다. 테스토니 장인정신의 극치를 추구하는 제품으로 디자인당 3∼5켤레 한정된 양만을 생산하며 기능성과 예술성 면에서 피혁 예술의 절정을 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 테스토니에서 보유한 모든 전통 공법이 사용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닥창에 깃털 로고가 새겨져 있다. 500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다.

‘블랙라벨’은 대중적인 고급 라인으로 ‘볼로냐 공법’이 적용됐다. 현대적인 감각과 다양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어떤 가죽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가격은 130만∼300만 원 수준.

‘스투디엄’은 세미 클래식을 선호하는 젊은 감각의 현대인들을 위한 라인이다. 디자인과 소재의 선택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80만∼120만 원대.

‘티 웨이(T-way)’는 테스토니를 즐겨 신는 고객들의 여가 활동을 위한 라인이다. 기능성 및 다양한 여가 생활에 포커스를 맞춘 라인으로 드라이빙화, 요트화, 기내 슬리퍼, 스니커즈, 골프화 등이 있다. 50만∼70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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