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미학’은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의 예술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사진은 찰나의 미학임과 동시에 기다림의 미학이다. 사진을 찍는 0.001초의 순간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으며 연속적인 사진 속에서 시간의 흐름이 그대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사진 동우회 김준호 작가는 재개발과 산업화로 불균등하게 변하고 있는 도시 풍경의 ‘찰나’를 연작의 사진에 담았다. 흑백의 단 사진과 연작 형식의 컬러 사진들은 멈춰있으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잘 나타내고 있다.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는 것일까. 작가는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는 시공간의 혼돈(chaos) 속에서 ‘자아’와 ‘타인’의 경계를 사진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그의 사진들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세상의 증거가 돼 준다. 또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보물 상자’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시각 예술 평론가 김석원 씨는 “김준호의 두 번째 개인전은 일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소수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느림의 미학을 통해서 그 가치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김준호의 개인전 [혼돈(chaos)]은 4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나우(Now)에서 열린다. 전화 문의 02-725-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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