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승자독식의 사회… 루저의 애환 아는가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LG아트센터 20∼25일
창작초연극 ‘토너먼트’

연극 ‘토너먼트’의 주인공 3형제. 왼쪽부터 에베레스트 등정 도중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둘째 택진 역의 조한철, 한때 펜싱 금메달리스트를 꿈꿨던 장남 택기 역의 민대식, 가수가 되려는 막내 택현 역의 오찬우 씨.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연극 ‘토너먼트’의 주인공 3형제. 왼쪽부터 에베레스트 등정 도중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둘째 택진 역의 조한철, 한때 펜싱 금메달리스트를 꿈꿨던 장남 택기 역의 민대식, 가수가 되려는 막내 택현 역의 오찬우 씨.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LG아트센터는 지금까지 모두 8편의 국내 연극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대부분 번역·번안극이거나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작품이었다. 창작초연 작품은 요즘은 영화감독으로 더 바쁜 장진 씨가 쓰고 연출한 작품뿐. 2000년 ‘박수칠 때 떠나라’와 2002년 ‘웰컴 투 동막골’이다.

그 LG아트센터가 모처럼 창작초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20∼25일 공연하는 ‘토너먼트’다. 2004년부터 작가와 연출가로 호흡을 맞춰오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한아름-서재형 콤비의 신작이다.

활동 이미지극을 표방한 ‘죽도록 달린다’(2004년)와 대본의 지문과 해설을 대사화한 ‘호야(好夜·2008년)’ 등 이들 콤비의 작품은 신선한 실험정신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기존 아날로그적 공연문법을 해체하고 디지털 영상세대의 감수성에 부합하는 형식실험을 펼쳐온 것이다. 하지만 영상문법에 지나치게 침윤됐다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수성에만 호소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번 작품은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루저’의 애환을 잔잔하게 담은 정극(正劇)으로 승부를 겨룬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를 1년 앞둔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 변에서 포장마차를 차린 전직 펜싱선수 택기(민대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알피니스트 택진(조한철), 가수지망생 택현(오찬우) 3형제의 이야기다.

스포츠 대전방식 중에서 승자만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토너먼트’는 1986년 아시아경기를 전후해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사회가 된 한국사회를 상징한다. 그 경쟁의 대상이 익명의 다수라는 점에서 얼굴보호대로 얼굴을 가리고 경기를 치르는 펜싱을 선택했다. 극중 출연배우들의 땀내 나는 펜싱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무대미술을 직접 맡은 서재형 씨는 2000년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연극공연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조립식 회전무대를 활용해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1층 570여 석에 한해 관객을 받는다. 전석 4만 원. 02-2005-0114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