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국인미술가 지원… 제2의 백남준 배출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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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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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AHL재단 이숙녀 대표

미국 뉴욕의 알(AHL)재단은 신진 한인 미술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문화재단이다. 1969년 미국으로 이민 온 이숙녀 대표(73·사진)가 2003년 설립한 재단으로 잠재성 있는 한인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공익단체다.

“뉴욕에서 전시할 기회를 얻지 못해 고생하는 젊은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싶어서 시작한 재단입니다. 1970년대 중반 우연한 기회에 화랑 일을 하면서 미술가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알았거든요.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와 창의성을 연계해 지은 이름인데 미술, 사람, 사랑(아트, 휴머니티, 러브)의 첫 글자를 딴 것이기도 합니다.”

재단의 주요 사업은 해마다 공모를 통해 작가 4∼6명을 선정한 뒤 상금(총 5000달러)과 함께 수상작가전을 열어주는 것. 뉴욕의 이름 있는 큐레이터와 평론가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 후보자들이 객관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상우 이재이 황란 최진기 이가경 김신일 씨 등이 상을 받았고 올해는 김지은 황은정 조희정 유계상 이하 씨가 제7회 수상자로 발표됐다. 영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교민을 대상으로 현대미술 강좌도 열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은 정부나 기업에서 작가를 도와주는데 한국 작가들은 비빌 언덕이 아무 데도 없어요. 제가 부자도 아니고 작고 영세한 재단이라 큰 기여는 못해요. 그래도 재단의 존재 자체가 조금이라도 젊은 작가들에게 힘을 준다면 그게 보람이죠.”

이 대표는 “한국 작가들을 뉴욕 미술계의 주류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단발머리에 올리브 그린색 니트를 입은 그의 해맑은 얼굴에선 고희를 넘긴 나이를 도무지 느낄 수 없었다.

“시작이 어려운 것이니 제가 시작한 것뿐입니다. 혼자서는 못하는 일이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묵묵히 도와준 덕분에 오늘까지 온 겁니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파라다이스재단이 상금을 지원하고, 수상작 전시 등 장소 제공은 첼시에 자리한 가나아트와 아라리오갤러리가 돕고 있다는 것도 꼭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 꿈이요? 작게라도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과 언젠가 백남준 같은 작가를 배출하고 싶은 거죠.”

뉴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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