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46>天下有道면 則禮樂征伐이 自天子出하고 天下無道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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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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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도가 있으면 예악과 정벌이 천자로부터 나오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예악과 정벌이 제후로부터 나온다.

‘논어’ ‘季氏(계씨)’의 두 번째 장은 공자의 이 말로 시작한다. 禮樂은 정책 일반을 가리키고 征伐은 악한 자를 誅殺(주살)하고 責望(책망)하는 일을 가리킨다. 예부터 예악을 제정하고 정벌을 명하는 일은 천자의 권한이라고 여겨져 왔으므로 공자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어 공자는 예악과 정벌이 제후로부터 나오면 10世 뒤에 정권을 잃지 않는 자가 드물고, 대부로부터 나오면 5세에 잃지 않는 자가 드물며, 제후의 대부의 家臣인 陪臣(배신)이 國命(국명)을 잡으면 3세에 잃지 않는 자가 드물다고 했다. 흔히 예악과 정벌의 권한을 가로챈 제후는 10세 뒤에 망하고 대부는 5세 뒤, 배신은 3세 뒤에 망한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정약용은 제후가 예악과 정벌의 권한을 행사하면 천자는 10세 뒤 권좌를 완전히 빼앗기고 만다는 뜻으로 보았다. 일리 있다.

周나라 幽王(유왕)이 犬戎(견융)에게 살해된 후 平王은 기원전 770년에 洛陽(낙양)으로 도읍을 옮겼다. 때는 노나라 隱公(은공) 원년에 해당한다. 이후 주나라 왕실은 미약해지고 제후들은 僭越(참월)하게 예악을 제정하고 정벌을 명했다. 공자는 下剋上(하극상)의 亂世(난세)를 개탄하는 한편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名分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추’는 공자가 微言(미언)을 통해 正名의 大義를 力說한 경전이라고 간주된다.

명나라가 멸망한 후 우리 지식인들은 예악과 정벌이 중국 천자로부터 나오지 않게 된 이상 中華(중화) 세계의 계승권은 小中華의 나라인 우리나라에 있다고 믿었다. 관념적이긴 했지만 주체적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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