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조각과 닮았다, 단단한 사유

  • Array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볼프강 욥 서울 개인전

볼프강 욥 씨의 조각 시리즈 ‘황혼에서 여명까지’는 천사의 다양한 모습을 무상함에 빗댄 작품이다. 사진 제공 마이클 슐츠 갤러리
볼프강 욥 씨의 조각 시리즈 ‘황혼에서 여명까지’는 천사의 다양한 모습을 무상함에 빗댄 작품이다. 사진 제공 마이클 슐츠 갤러리
“추함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불행할 때 가장 간절히 행복을 생각한다. 아름다움이란 개념 역시 불변의 것이 아니다. 하늘에서 반짝이던 별이 땅에 떨어지면 돌덩이에 불과하다. 현실은 늘 상반된 것이 공존하는 세계다. 죽음 역시 우리의 적이 아니라 친구다. 그런 점에서 전시 제목(‘Death and faith’)은 나의 모토다.”

녹록지 않은 철학적 사유를 쏟아내는 볼프강 욥 씨(65)는 독일의 저명한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작가다. 그는 3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이클 슐츠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내한했다. 미술을 전공한 뒤 ‘JOOP!’ ‘분더킨트’라는 패션 브랜드를 선보이며 승승장구해온 그는 잘나가는 사업 대신 예술을 선택했다. 이번 전시는 2009년 독일 로스토크 미술관에 나온 조각을 비롯해 텍스타일 회화 등 18점을 선보인다.

‘황혼에서 여명까지’라는 제목의 흑백 돌조각 6점은 하루 동안 변화하는 천사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삶의 순환을 드러낸다. 하늘하늘한 천에 담긴 신부와 꽃의 이미지에 해골로 상징되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우러진다. 탄생과 소멸을 빗댄 작업이다. 하이테크와 거리가 먼, 단순 소박한 작품인데 마음을 파고드는 매력이 깃들어 있다. ‘나의 사탕은 쓰고 달콤하다’는 말로 자신의 인생을 통찰하는 사유의 에너지 덕이다.

“삶은 무상하지만 동시에 죽음 뒤에도 남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없이 연약하면서도 영원으로 이어지는 존재의 이중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가 화려한 패션디자이너의 삶을 뒤로한 채 고독한 예술가의 길로 방향을 튼 이유다.

이 전시는 3월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22일까지로 연장됐다. 02-546-795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