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29>吾嘗終日不食하며 終夜不寢하여 以思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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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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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지식학은 학문(협의의 학문)과 사색을 병행하는 ‘學而思(학이사)’의 방법을 기초로 한다. 그것은 윤리학과 기타 인간학 모두에 통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식학과 관련이 깊다. 즉, 공자는 ‘논어’ ‘爲政(위정)’에서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하고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니라”라고 말하였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로 풀이한다. 주자는,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마음에서 탐구해나가는 ‘求諸心(구저심)’, 배운다는 것은 일을 익히는 ‘習其事(습기사)’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은 그것과 관련이 깊되, 사색에 치우친 사람을 경계하는 뜻이 들어 있다. 공자 자신의 체험을 술회한 듯해서 친절하기도 하다.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는 같은 짜임을 가진 對句(대구)인 ‘終日不食’과 ‘終夜不寢’을 나열한 후 ‘以思’라는 말로 빗장을 지르듯이 하여 매듭을 지었다. 이것을 雙關法(쌍관법)이라고 한다. 쌍은 대구를 나열한 것을 말하고 관은 빗장을 말한다. 不如는 ‘∼만 못하다’는 뜻을 지닌 비교 구문을 만든다.

이 장에서 공자는 학문과 사색 가운데 학문을 더 중시한 듯하다. 하지만 주자가 말했듯이 공자는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는 자를 위하여, 마음을 수고롭게 해서 반드시 탐구하려고 드는 것은 마음을 겸손하게 지녀 터득하는 것만 못하다고 가르쳤을 것이다. 정약용도 공자가 학문을 더욱 중시하는 듯이 말한 것은 모종의 일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정녕 사색만 하고 익히지 않는 것도 한 가지 폐단이요, 익히기만 하고 사색하지 않는 것도 한 가지 폐단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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