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100주기’ 러시아는 잠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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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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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권력-종교 강한 비판
러 정부-교회서 언급 꺼려

말년 다룬 영화 영국 개봉 등 지구촌 곳곳선 기념행사 풍성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사진)의 말년을 다룬 영화 ‘종착역(The Last Station)’이 다음 달 영국에서 개봉한다. 톨스토이 사망 100주기를 기념해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의 신호탄인 셈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에선 ‘안나 카레니나’를 비롯한 그의 작품이 새롭게 번역되고 있고 쿠바와 멕시코에선 톨스토이를 주제로 한 북 페어가 추진되고 있다. 체첸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십억 원을 들인 복원 작업 끝에 톨스토이 박물관을 재개관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아직 별다른 행사 계획을 내놓지 않아 “러시아 정부의 무관심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종착역’은 톨스토이가 말년에 겪은 인간적 고뇌를 다뤘다. 그는 저작권 문제로 아내와 불화를 겪었다. 그는 저작권을 공공의 재산으로 여겨 개인 소유를 반대했으나 아내는 저작권 수입을 챙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랜 다툼에 지친 톨스토이는 1910년 10월 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야스나야폴랴나의 집을 떠났다. 그로부터 몇 주 뒤 그는 폐렴에 걸려 11월 20일 아스타포보라는 작은 마을의 기차역장 관사에서 숨을 거뒀다.

영국에서 기념 영화가 개봉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크렘린은 톨스토이에 대한 언급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의 해석을 빌려 톨스토이에 대한 러시아 권력층의 시각을 이유로 들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위에 늘 저항했던 톨스토이를 위험인물로 여기고 꺼린다는 것이다. 교회와의 불화도 이유로 꼽혔다. 톨스토이는 대중의 고통을 외면하는 교회를 비판했는데 러시아정교회 종무원은 1901년 ‘부활’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톨스토이를 파문했고 2001년에는 파문을 재확인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런 태도에 비해 체첸은 훨씬 적극적으로 톨스토이를 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체첸에선 정부 요인들이 앞장서서 340만 달러를 들여 톨스토이 박물관을 복원했다. 지난해 12월 체첸의 스타로글라돕스카야에 문을 연 박물관은 톨스토이가 한때 살았던 집을 활용한 박물관이다.

체첸에는 톨스토이의 이름을 딴 ‘톨스토이유르트’라는 마을이 있을 정도로 톨스토이는 체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톨스토이가 제정 러시아 때부터 체첸을 두둔해 왔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고손자 블라디미르 씨는 “체첸 사람들은 톨스토이가 체첸에서 일어난 일과 독립, 자유, 종교 등에 관한 체첸 사람들의 생각을 가장 정직하게 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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