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0]시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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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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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쥔 주먹처럼 의지 견고하게 할 것

유병록 씨
유병록 씨
나는 이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주 커다란 손도 있다 한 번 휘두르면 길이 나고 바다에 띄우면 그대로 배가 되는 손, 그 계곡에서는 물줄기가 흐르는데, 역사라고 불린다는데

이 조그만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손은 연약한 도구에 불과하다 오므려보지만 물 컵으로 삼기에도 작다 흘러 다니는 운명이라고는 고작해야 목을 축이기에도 부족한데

겨울 산에 오르자, 폭포가 꽝꽝 얼어붙어 있다 길게 펼쳤던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쥔 폭포, 울퉁불퉁 힘줄이 솟은 물의 팔뚝, 안쪽으로 흐르는 뜨거운 혈관

즐거운 한때를 어루만졌던 손을 씻고 주먹을 쥔다 더 이상 운명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의지를 움켜쥐었을 때의 주먹은 견고하다 이제 일격으로 몽상의 호숫가에서 물 마시는 저 물소들을 때려눕힐 시간이다

꽉 쥔 주먹을 가끔 펼친다면 가족과 친구들의 손을 잡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동안 부족한 제자를 격려해주신 여러 선생님과 결점 많은 작품을 위해 기꺼이 통곡의 벽이 되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유병록 씨
△1982년 충북 옥천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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