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20년전 아들이 장애인 놀리는 걸 보고 깜짝”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니언스’ 임창제 공연 수익 쪼개 14년째 기부

“자식 잘못은 제 잘못이나 마찬가지죠. 다 갚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1972년 데뷔한 포크듀오 ‘어니언스’ 출신의 가수 임창제(58·사진)는 해마다 여는 디너콘서트 수익의 일부를 장애인 지원단체에 기부한다. 2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유홀에서 갖는 ‘크리스마스 드림 디너콘서트’도 마찬가지다. 20일 오후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여 년 전 아들을 통해 얻은 뉘우침과 깨달음 덕분에 보람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흘리개 꼬마였던 아들을 앞세우고 동네 골목을 무심히 걷던 중이었어요. 아이가 갑자기 힘겹게 걸어가는 장애인을 나쁜 말로 놀려대며 낄낄거리지 뭡니까. 철없는 나이였지만 아뿔싸 싶었죠. 그 자리에서 꿀밤을 때리며 호되게 나무랐지만 모욕당한 그 행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마음 한편이 무거운 채로 지내다 1996년 우연히 경기 남양주시의 장애인 어린이보호시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공연 수익 일부를 지체장애인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시설에 운영지원금으로 꾸준히 보태 왔다.

“다리가 불편한 분들인데도 버려진 장애인 아이들을 데려다 돌보고 계시죠.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남몰래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세상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조금씩이라도 도움을 드릴 생각이에요.”

남편이 벌이는 일에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아내도 이제는 성심을 다해 응원을 보낸다. 임창제는 지난해 4월 부산에서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자선 디너콘서트도 열었다. 동년배 가수들과 힘을 모아서 본격적인 장애인 지원 사업을 시작할 계획도 구상 중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나 몇몇 재정 후원자의 도움에만 의존해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최근에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지원의 손길이 갈수록 줄고 있죠. 세밑을 맞아 우리 모두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따뜻이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번 디너콘서트에서 드러머 배수연과 함께 ‘편지’ ‘사랑의 진실’ ‘하얀 나비’ ‘저 별과 달을’ ‘외길’ ‘작은 새’ 등의 예전 히트곡과 크리스마스 캐럴, 추억의 팝송 등을 부른다. 02-547-514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