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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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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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타 사중주단 ‘보티첼리’.
여성 기타 사중주단 ‘보티첼리’.
음반 재킷이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미모의 여성 네 명이 편해 보이는 복장으로 앉거나 섰는데, 그 뒤로 노랗고 빨간 악기 케이스가 보인다.

첼로 케이스인가 싶지만 실은 그 안에 기타가 담겨 있다. 네 사람은 우리나라, 아니 세계 유일의 여성 기타 사중주단의 멤버들. 악단의 이름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이름을 따 ‘보티첼리’라 지었다.

12월에 소니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나온(원래 녹음은 1월에 했다고 한다) 보티첼리의 데뷔음반은 비발디의 사계이다. 설문조사를 할 때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상위권에 올라 있는 사계. 인기가 높으니 당연히 음반도 많고 해석도 다양하다.

기타 버전은 네덜란드의 기타 삼중주단인 암스테르담 기타트리오에 의한 녹음이 있다. 야마시타 카즈히토와 래리 코리엘의 연주도 있는데 이것은 특이하게도 클래식 기타와 스틸현 기타의 2중주로 되어 있다.

보티첼리가 비발디의 사계를 녹음하기로 하자 편곡을 맡은 재독 음악가 정일련, 이명선 부부는 상당히 난해한 작업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올린이 지닌 강렬한 음색을 과연 태생적으로 음량의 한계를 지닌 기타가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물론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편곡자들은 기존의 어떤 편곡과도 다른 참신한 접근방식으로 비발디 사계의 기타 4중주 버전을 완성해냈다.

처음 음반을 들으면 “이게 기타로 가능하단 말이야?”하는 놀라움이 앞선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그 부분은 어떻게 연주하는지 보자”하는 기대감이 일어난다. 그리고 조금씩 음악에 스며든다. ‘묘기’가 ‘예술’로 승화하는 순간이다.

주선율을 연주하는 기타는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어 효과적으로 노래한다. 반면 다른 성부를 담당하는 기타들은 마치 하프시코드처럼 울린다. 대조적인 효과가 뚜렷해 귀에 착착 감겨 온다.

굳이 비발디의 사계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아할 만한 음반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사계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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