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김책(31)과 함께 프리 재즈 앨범 ‘메소돌로지스(The Methodologies)’를 발표한 정재일(27)은 그림을 그리듯 악기를 연주하는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다. 김책의 친구인 조각가 장승민의 경기 김포 작업실에서 정해놓은 것 하나 없이 반나절 만에 여흥을 즐기듯 녹음한 소리. 재킷 사진 속 나무그늘처럼 깨끗하고 시원하다.
정재일은 10년 전 이적, 한상원, 정원영 등이 모여 결성한 프로젝트밴드 ‘긱스’의 베이스 주자로 이름을 알렸다. 8∼22년 손위의 다른 멤버들은 기타와 베이스뿐 아니라 10여 개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그에 대해 “리듬감을 타고난 데다 못 다루는 악기가 없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 뒤 김민기 윤상 김동률 패닉 에픽하이 빅마마 등 100여 장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정재일은 월드뮤직그룹 ‘푸리’ 멤버로 일본과 유럽에서 40여 회 공연했다.
솔로 데뷔앨범 ‘눈물꽃’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이번 음반에는 프리 재즈의 방법론에 대한 두 사람의 고민이 담겼다. 프리 재즈는 1950년대 후반 전쟁과 인종차별 등 미국의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저항성을 띠고 나타났던 음악이다. 정재일과 김책은 2009년 한국에서 연주하는 프리 재즈 음악에서 원류에 얽매이지 않은 채 소박한 자유를 추구했다.
정재일은 나일론 줄 기타를 연주하면서 신시사이저와 이펙터를 이용해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음색을 만들어 넣었다. 김책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부분은 편집에서 무조건 잘라냈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낸 소리가 ‘프리 재즈냐 아니냐’라는 이론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재즈는 어렵다’는 선입견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음악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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