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체성 확립 ‘최우선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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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사장에 김인규 씨

KBS 이사회가 19일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협회장을 KBS의 새 사장 후보로 선출한 것은 방송통신 융합과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 후보는 KBS 공채 1기로 33년간 재직해 내부 인맥이 넓고 지지자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방송팀장으로 활동해 대통령의 신뢰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사장의 후임을 공모할 당시 대선 캠프 경력이 논란이 되자 스스로 지원을 포기했다. 그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제안받았으나 이를 고사할 정도로 KBS에 애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 후보는 청와대의 신뢰를 바탕으로 KBS 개혁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관계법 등을 통해 국내 미디어계의 지각 변동을 앞둔 상황에서 KBS의 당면 과제는 영국 BBC나 일본 NHK에 필적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월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 현실화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공영방송법(가칭)은 KBS와 EBS를 단일 방송사로 결합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어 그 실현 방안이나 의견 조율도 만만찮은 문제다. 2012년 말까지 끝내야 하는 디지털 전환 재원(약 4500억 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KBS 노조를 비롯해 사원행동, KBS PD협회 등이 김 사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에 이 갈등을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김 사장 후보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그의 대선 캠프 경력을 이유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2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투쟁 계획을 세우고 총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찬반투표 일정을 잡기로 했으며 출근 저지 투쟁도 벌일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KBS 내부에선 김 사장 후보 지지자도 적지 않고 ‘차선’은 된다는 시각도 많아 노조의 행동이 힘있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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