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빛으로 기쁨의 시를… 빛으로 위안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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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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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작품의 매력은 ‘빛’에 있다. 12월 13일까지 경기 광주시 영은미술관에서 열리는 방혜자 씨(72)의 ‘빛의 길’전과 11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곽수 씨(60)의 개인전.

방 씨는 색의 에너지로 충만한 빛의 시학을 펼치고, 곽 씨는 위안과 치유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성작가들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탐구한 사유적인 빛의 세계. 버거운 삶의 무게에 지친 영혼을 쓰다듬는 작품과 만날 기회다.

○ 방혜자 ‘빛의 길’전

‘빛의 화가’로 알려진 방 씨는 색으로 시를 쓰고, 빛으로 선율을 빚는 작가다. 서울대 미대 졸업 후 1961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그는 유럽에서 우리의 색, 우리의 빛으로 완성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주목받아왔다. 근래 들어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 머물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주, 생명, 마음의 빛을 담은 평면과 설치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빛에서 와서 빛으로 가는 현재 이 순간의 찬란한 삶, 살아있다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평화와 사랑의 에너지를 전하고, 아이들에게는 천체에 대한 꿈을 주면 좋겠다.”

이런 소망을 담은 작품들은 어두운 색채 속에 밝은 색채가 스며들며 태초의 빛을 떠올리게 한다. 구겨진 한지와 부직포에 석채, 흙, 식물성 염료 등 천연 채색으로 제작된 작업이다. 뒷면에 물감을 칠해 은은하게 색이 배어나오게 하는 배채법 같은 전통기법에, 거울과 아크릴 등 현대적 재료가 어우러진 작품에서 자연의 신비와 우주의 숨결이 일렁인다.

물속 조약돌에 비친 반짝이는 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여덟 살 소녀. 어른이 된 그는 1960년대 ‘빛, 생명’, 1980년대 ‘우주’ 시리즈에 이어 ‘마음의 빛’을 파고들며 빛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험난한 시대에 빛과 평화와 사랑을 나누기 위한 집념의 ‘긴 항해’였다. 영은미술관 전시(031-761-0137)에 이어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의 겸재정선기념관 전시로 이어진다.

○ 재미화가 곽수 전

달과 해, 물 같은 자연 이미지를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풍부한 색채의 그림들. 한결같이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밝고 환하다. 한데 한 발 다가서니 온전한 캔버스가 없다. 서너 겹으로 된 화폭은 여기저기 접히거나 칼로 베인 상처가 나 있고, 자른 조각을 낚싯줄로 꿰맨 흔적도 보인다.

서울 선화랑(02-734-0458)에 전시 중인 재미화가 곽수 씨의 작품들은 인간의 고통,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2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뒤늦게 미술을 시작한 작가다. 시카고대를 졸업한 후 3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1992년부터 평면에 입체적 요소를 부여한 작업을 시도한다. 캔버스를 자르거나 접는 방법으로 힘든 삶을 위무하는 ‘내면의 빛’을 강조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지금까지의 작업에 시간과 인간의 연대에 대한 생각을 보탰다”고 말했다. 찢긴 캔버스를 이리저리 엮어놓은 낚시줄은 ‘사람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화폭을 겹쳐 늘어뜨린 작품은 고난을 감싸는 의미로 다가온다. 과거, 현재, 미래를 빗댄 3개의 캔버스를 이어붙인 ‘영원’은 시간이 융합되면서 빛의 세계가 열리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영원한 순간임을 웅변하는 그림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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