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춤 선생님’ 아빠가 부끄럽진 않지만…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9분


◇아빠가 나타났다/이송현 지음·양정아 그림/212쪽·9000원·문학과지성사(초등 5, 6년)

“우리 아빠는 선생님이다. 국어,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은 아니다. 그랬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다. 아빠는 댄스 교습소에서 춤을 가르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준영의 아빠는 말 그대로 ‘춤 선생님’이다. 맘보, 차차차, 룸바, 왈츠, 블루스, 탱고, 자이브 등등 춤이라면 못 추는 게 없다. 젊은 시절엔 각종 스포츠 댄스 대회에서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동네에서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며 춤에 대한 편견에 맞서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

아빠에 대한 준영의 마음은 이중적이다. 레이스 달린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제비’라고 손가락질 당하면서도 직업적 자부심에 가득 찬 아빠가 부끄럽기도 하다. 엄마도 춤바람 난 아빠가 싫어 떠났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친구들에겐 아빠의 직업에서 ‘춤’을 생략하고 그냥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또 남들이 아빠를 ‘제비’라고 욕하는 건 그냥 듣고 있을 수가 없다. 아빠는 그저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남자 어른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락가락하는 준영에게 위기가 닥친다. 해마다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스포츠 댄스 공연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더 숨 막히는 사실은, 춤 선생님으로 초빙된 사람이 아빠라는 것. 이제 친구들에게 ‘제비 아들’이란 놀림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준영은 너무 두렵다.

‘춤추는 아빠’를 둘러싼 준영과 친구들의 갈등, 아빠와의 서먹함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면서 화해에 이른다. 제5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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