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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1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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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이고 세련된 외관이 쇼핑몰을 연상시키는(실제로 쇼핑몰이 들어설 자리였다) 이곳이 6월 공식오픈을 앞두고 있는 아르코시티극장이다.
504석의 대극장과 함께 소극장을 갖춘 당당한 중형극장으로 동숭아트센터와 함께 대학로의 ‘콧대’를 지키는 쌍봉이 될 전망이다.
정식개관에 앞서 아르코시티극장은 3월부터 두 달 간 프리오픈 기념공연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극장 시설과 스태프의 ‘몸풀기’용이다.
관객들의 반응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종원(50) 극장장의 방은 극장의 맨 꼭대기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옥상에서 내린 뒤 조금 더 이동해야 했다. 기자가 방문해 본 최초의 ‘옥탑방 사장실’이었다. “우여곡절이 좀 있었죠. 6월부터 극장명이 바뀝니다. ‘대학로예술극장’으로요. 구 아르코시티극장이 되는 거죠.”
아르코시티극장은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기존 아르코예술극장과 혼동할 가능성 여부도 극장명 변경이유가 됐다.
- 아르코시티극장만이 추구하는 바가 있을까요?
“ ‘명품’과 ‘실험’입니다. 명품은 대극장에서, 실험은 소극장에서 주로 하게 될 겁니다. 대학로의 주 관객층이 10대 후반에서 20대에요. 이들만의 거리가 되다보니까 관객창출에 한계가 있지요. 이를 중년층까지 넓혀 관객층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명품’이 필요한 겁니다.”
이 극장장은 ‘실험정신이 없는 예술은 부패한다’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소극장이 창작 팩토리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실험가’들은 돈이 없다. 대관료만이라도 창작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
- 아르코시티극장의 대관료는 어느 정도입니까?
“대소극장 합쳐서 좌석단가가 1700원꼴이죠. 다른 극장은 4000~5000원 정도 하니 차이가 많이 나지요? 보통 200석 내외 극장들 1회 공연 대관비가 70~80만원인데, 우리는 36만원이에요. 대극장의 경우 90만원 나누기 500석하면, 좌석단가가 1800원 정도군요.”
이 정도면 안내원 인건비와 전기요금 충당하기도 벅차다. 좋은 시설에 대관료마저 싸니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 하반기 신청만 5-1의 경쟁률이었다. 8월쯤 되어 내년도 공연신청을 받게 되면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대학로 공연계가 많이 어렵다고 하지요?
“80년대 후반부터 소극장들이 대학로에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2004년에 54개, 9000석 정도였는데, 이게 2008년에 152개, 17000석 규모로 늘어났어요. 양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팽창한 상태죠. 그런데 과연 질적으로도 성장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소극장만 깔려있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하드웨어가 부족해요. 새롭고 특색 있는 작품이 없으니 관객이 안 오고, 관객이 안 오니 재정이 어렵고, 재정이 어려우니 제작이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겁니다.”
오픈을 앞둔 이 극장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아르코시티는 쇼핑몰을 갖춘 복합극장이다. 그런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분양에 어려움이 있다. 극장을 빙 둘러싼 노점상들도 문제다. 생계가 걸린 일이니 강제로 몰아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으로선 그저 ‘극장 앞만은 좀 피해 달라’고 요청하는 정도이다.
아르코시티극장은 공식개관을 기념해 연극 ‘이(爾)’와 ‘설공찬전’을 무대에 올린다. 이 극장장이 말했던 ‘명품’과 ‘실험’의 한 쌍이다.
대학로를 찾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