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교계 “한국인에게 고통 준 과거사 반성”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국내에 첫 참회비 건립

일본 불교계가 일본이 근세에 들어와 한국인에게 고통을 끼친 과거사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비(碑)를 최초로 한국에 세웠다.

올해로 30회를 맞는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 참석한 일한불교교류협의회(회장 미야바야시 쇼겐 스님)는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회장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와 함께 13일 경기 여주군 신륵사에서 양국 불교계 대표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류화합공생기원비(人類和合共生祈願碑)’ 제막식을 봉행했다. 이 비는 높이 3m, 폭 70cm, 두께 30cm의 크기로 지관 스님이 앞면에 비명을, 미야바야시 스님이 뒷면에 참회의 뜻을 밝힌 글을 썼다.

미야바야시 스님은 일본어와 국한문으로 각각 새겨진 같은 내용의 비문에서 “오랜 세월간(歲月間)에는 불행(不幸)한 일이 여러 번 있었고 특히 근세에 있어서는 일본이 한국민에게 다대한 고통(苦痛)을 끼친 역사적인 사실(事實)에 대하여 반성(反省)과 참회(懺悔)의 염(念)을 깊이 하고 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은 “기념비는 일본 측의 요청에 따라 건립한 것으로 과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참회한다는 내용을 비석에 새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표단은 제막식에 참석한 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아 사죄의 뜻을 거듭 밝혔다. 지관 스님은 “양국 불교도들이 아픈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고 공생하기 위해 비를 세우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며 “앞으로 한일 양국의 공영 공생을 위해 불교도들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막식에는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보선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 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등이 참석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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