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배우 송강호의 인터뷰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내 연기의 스승은 동네 형들이었다!
그의 연기를 처음 본 것이 ‘초록 물고기’였는데, 그는 누군가를 폭행하는 엄청나게 많은 조폭 중 한 명이었다. 문득 그의 악랄한 연기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앗, 진짜 조폭 섭외한 거 아냐?’란 생각이었는데, 사실 이후 승승장구하던 송강호의 연기 이력이야 말할 것도 없겠다. 사실 나는 이런 인터뷰들이 꽤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영화감독 류승완이 자신의 스승을 ‘청룽(成龍)’이라고 말하거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같은 책의 제목이 주는 의외성 때문이다.
파울루 코엘류의 에세이 ‘흐르는 강물처럼’에는 작가의 정의에 대한 이런 말들이 나온다.
작가는 늘 심오한 말만하며, 최근에 나온 자기 책을 몹시도 혐오하고, 언제나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책들을 읽고 있으며, 작가와 그 동료들에게 한결같은 감동을 안겨주는 책은 세상에 단 한 권뿐인데, 그것이 바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다. 하지만 책 내용을 물으면 그걸 읽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 횡설수설한다.
자조적으로 들리는 이 얘길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내 스승 역시 ‘책’이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자신의 스승을 소설가 내지는 소설이라고 말하는 건 마치 ‘미스코리아 진’이 미용실 원장님에게 왕관의 영광을 돌리는 것만큼이나 참 따분한 일이지만 그래도 사실인 걸 어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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