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따뜻한 성장동화…응어리 풀어준 ‘이 세상에…’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태어나자마자 난산으로 엄마를 잃고, 미국에서 새 가정을 꾸린 아빠에게 버림받은 복동이. 외할머니와 이모 아래에서 밝고 명랑하게 자라지만 이름과는 반대로 그다지 복스럽지 못한 자신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이런 복동이가 여름 방학 동안 아버지를 만나러 미국에 간다.

소설가 박완서 씨(사진)가 신작 동화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어린이작가정신·사진)를 펴냈다. 주인공 복동이가 아버지의 새 가족과 어울리면서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화합을 배우고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지닌 한국계 입양아 브라운 박사의 강연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를 깨닫는 성장 동화다.

미국 생활이 즐겁지만 새 가족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던 복동이는 아버지가 다락방에서 홀로 한국드라마를 보며 향수에 젖어 있을 때 어깨를 두드려 드린 것을 계기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낸다. 아버지의 뭉친 근육을 풀어드린 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 맺힌 서운함을 풀어낸 것이다. 특히 브라운 박사가 6·25전쟁 때 혼자 아기를 낳은 뒤 옷을 모두 벗어 아기를 감싸고 얼어 죽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자 자신의 존재에 비로소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나 같은 게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 하면서 살 때하고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하면서 사는 세상이 같을 수가 없죠. 앞의 것은 원망이고 뒤의 것은 감사니까요.”

작가는 서문에서 몇 년 전 출판 편집자가 보여준 6·25전쟁 관련 기사를 읽고 충격과 감동을 받은 뒤 이 동화를 썼다고 밝혔다. 그 기사는 동화 속에서 브라운 박사의 일화로 녹아들었다.

박완서 씨는 통화에서 “아이들이 먼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알았으면 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편견 없이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 때문”이라며 “전쟁을 겪은 세대는 그 시절을 싫어하지만 그 시절이 우리를 단련시켜주기도 했다. 동화 속 일화를 통해 6·25전쟁도 어둡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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