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클림트…’展후원 빌헬름 돈코 주한오스트리아 대사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다른나라 대사의 축하-문의 받느라 바빠요”

《“대사관 후원으로 숱한 전시를 열었지만 이번처럼 폭발적 관심이 쏠린 것은 처음입니다. 다른 대사들로부터 전시 문의와 축하가 잇따르고, 한국 친구들과의 대화도 항상 클림트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을 후원한 주한 오스트리아대사관의 빌헬름 돈코 대사(49)의 첫마디다. 그는 요즘 축하인사 받느라 바쁘다. 아시아 지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클림트전의 인기 덕분에 국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부임때부터 한국인의 각별한 클림트 사랑 느껴

음악-미술 등 ‘풍부한 문화자산’ 인정받아 보람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오스트리아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돈코 대사는 “음악의 나라로만 알려진 오스트리아가 여러 분야에서 자산이 풍부한 문화강국임을 인정받게 된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개막 35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전시 열기가 뜨겁습니다.

“대사로서 문화라는 매체를 통해 오스트리아를 알릴 수 있어 기쁩니다. 이번 전시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며,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림트의 작품처럼 높은 가치를 지닌 예술작품의 전시 규정은 엄격하고 까다롭지요. 벨베데레 미술관장이 밝혔듯, 세계 곳곳에 소장된 클림트 작품을 모은 이런 대규모 전시는 다시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러 나라가 전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서울에서 전시가 열린 것은 한국의 문화적 발전에 대한 인정이자, 한국인들의 클림트 사랑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돈코 대사는 “2005년 한국에 부임했을 때 어디서나 클림트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며 “클림트가 동양의 영향을 깊게 받은 것처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각별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인에게 클림트는 어떤 존재인지….

“빈 분리파를 대표하는 클림트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국민화가이자 문화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 미술이 아닌 혁신적인 예술을 만들어 냈습니다. 성적 주제와 직설적 표현을 담은 작품으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독창적 표현 양식을 만들어 낸 것은 예술사적 사건입니다.”

―국제관계에서 문화 교류의 비중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외교에서 문화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특히 문화 자산을 많이 보유한 오스트리아는 전통적으로 문화 교류를 주요 외교 정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문화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입니다.”

돈코 대사는 “오스트리아에 가면 오스트리아 문화뿐 아니라 유럽 전체를 볼 수 있고 세계의 문화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임 5년째인데 한국 생활에서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한국의 첫 대통령 부인이었던 프란체스카 여사가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한국 생활을 편하게 여긴 것처럼, 처음부터 한국이 불편하거나 낯설지 않았습니다. 아들(16)과 딸(11)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5년을 한국에서 보내는 것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곳을 떠나는 순간부터 안전하고 친절한 한국의 모든 게 그리울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 살면서 짧은 시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룬 이유를 알게 됐어요. ‘다이내믹 코리아’란 표현을 좋아하는데 그 말대로 한국은 에너지가 넘치는 역동적 나라입니다.”

집무실에는 중국 서화와 한국의 도자기가 놓여 있는 등 동양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일본 유학 시절에 만난 중국 여성과 결혼한 그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다.

―문화 교류는 쌍방향이 바람직한데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지….

“2007년 양국 교역 규모는 13억 유로였습니다. 경제 교류가 확대되면서 집집마다 한국 가전제품이 늘고 있죠. 더불어 인지도가 높아지고 문화에 대한 관심도 차츰 커지고 있어요. 이를 계기로 앞으로 미술 음악 음식 등 한국의 문화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행사를 마련한다면 상호 이해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모차르트의 나라’에서 ‘클림트의 나라’로 성큼 다가온 오스트리아. 돈코 대사는 “오스트리아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에 근무하는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클림트전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웃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빌헬름 돈코 대사:

△1960년 오스트리아 린츠 태생 △1987년 잘츠부르크대 졸업(역사와 지리 전공) △1990∼92년 일본 도쿄대 박사후 과정 △1990∼92년 외교부 군축과 군비규제부 근무 △1992년 이후 알제리를 비롯 러시아, 터키 등에서 근무 △2005년 2월∼현재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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