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떠나자]<4>논산 딸기따기 체험 여행

  • 입력 2009년 3월 12일 17시 45분


코레일 임직원들은 요즘 ‘관광 가이드’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철도청 시절에는 원하는 목적지에 가는 승객을 실어 나르기만 하면 됐으나 공사(公社)가 된 후로는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렇다고 버스나 승용차 타고 목적지에 가겠다는 승객을 억지로 기차에 태울 수는 없는 일.

이 때문에 전국 17개 코레일 지사 사람들은 앞 다퉈 관광 상품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역 주변 관광 명소 운영자나 관청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기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면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

해당 지자체나 사업자들도 환영한다. 할인혜택을 주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오면 이익이기 때문이다.

과거 모 인터넷쇼핑업체의 광고 카피처럼, '파는 사람이 경쟁하면 사는 사람은 즐거운 법'. 코레일 사람들이 여기 저기 다니면서 값을 깎아 놓은 곳을 찾아다니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착한 가격'에 주말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동아닷컴 서중석 기자

토요일인 이달 28일과 4월 11, 25일, 5월 9, 23일 운행하는 '딸기 체험 맛있는 기차여행'도 그런 여행상품 중 하나.

'…기차여행'은 논산 딸기밭에서 딸기 따기 체험을 하고 점심식사로 바비큐 파티를 한 뒤 파평 윤씨 가문의 입시학원 격이었던 종학당(宗學堂)에서 산책과 사진촬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제 군사 박물관을 들러 황산벌싸움을 체험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당일 코스다.

어른 4만6800원, 어린이 3만500원. 기차 값과 각 관광지 요금을 단순 합계한 가격에서 각각 1만1000원과 1만3000원 씩 할인된 값이다. 이 패키지는 과연 값은 싸지만, 할인 전 값어치를 할까?

●딸기밭에서만 하루 종일 있어도 본전 뽑은 기분

오전 8시 13분 서울 영등포역을 출발하는 열차는 오전 10시 40분 논산역에 도착했다. 수원역에서는 오전 8시 35분, 평택역에서는 8시 57분 각각 정차한 뒤 출발한다. 딸기체험 이들 역에서도 탈 수 있다.

10시 40분 논산역 앞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의 농원 '딸기삼촌'에 도착한 것은 11시 10분 경.

딸기 따기 체험을 할 수 있으려면 딸기를 키우면서 농약을 사용하면 안 되고 비료도 크게 사용을 줄여야 한다.

논산 지역에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며 천적을 이용해 딸기 농사를 짓는 곳은 약 40곳. 이중 이날 찾아간 '딸기삼촌'도 딸기밭에 진딧물을 없애기 위해 무당벌레나 풀잠자리 유충을 풀어놓는 등 천적을 이용해 딸기를 재배해 밭에서 직접 딸기를 따 먹어도 되는 곳이었다.

승용차를 타고 간 가족단위 손님들은 '딸기삼촌'에서 체험비 8000원을 내야 한다. 딸기 잼 만들기 체험을 하려면 별도로 1만6000원을 내야 하지만 기차를 타고 간 손님들에게는 8000원을 할인해줘 1만 6000원에 딸기 따기와 딸기잼 만들기 체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것.

이 돈은 물론 딸기 기차표 구입비에 모두 포함돼 있다.

스스로는 "삼촌"이라고 부르는 서교선(35)씨가 체험객들에게 딸기 따는 방법과 맛있는 딸기 고르는 방법 등을 설명해 주고 있는 비닐하우스로 들어갔다.

밖은 아직은 쌀쌀한 늦겨울이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기온이었다.

★TIP=쌀쌀한 날씨어도 딸기 따기 체험을 하려면 속에 반팔을 입는 게 좋다. 비닐하우스 안은 여름이다.

'삼촌' 서씨의 입담은 자녀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사로잡았다. 벌이 날아다니면서 암술과 수술을 '연결해 주는' 과정을 '결혼'에 비유해 설명했다.

수분이 이뤄져 꽃잎이 떨어지고 있는 꽃은 "결혼한 꽃", 꽃잎이 모두 붙어 있는 꽃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꽃"이라고 설명해 주며 막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 꽃까지 세 개를 나란히 보여주자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딸기를 따서 먹을 차례. 딸기를 따는 방법은 간단하다. 딸기 몸통을 잡고 살짝 비틀면 '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말끔히 줄기에서 떨어진다.

서씨는 "이 딱 소리가 바로 봄이 오는 소립니다"라며 익살을 부린다.

밭에서 딸기를 따면서 맛있는 딸기를 고르는 방법도 알려줬다. 딸기의 '손잡이' 격안 꽃받침이 열매와 반대 방향으로 젖혀진 게 열매를 감싸듯 푹 수그러든 것보다 맛있다는 것.

서씨는 꽃받침이 꼿꼿이 선 딸기와 힘없이 처진 딸기 하나씩을 건네며 먹어보라고 했다.

역시나, 꽃받침이 서 있는 딸기는 딸기 속에 꿀을 미리 타 놓은 듯 입 속에 온통 단 맛이 돌았다. 그렇지 못한 딸기도 새콤 달콤 맛은 살아있었으나 먹고 나서 "맛있다"는 말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TIP=비닐하우스에서는 꽃받침이 발딱 선 딸기를 따는 게 좋다. 그런 딸기가 달다.

딸기 따기 체험객들은 밭에서 따 먹는 것은 무제한 허용되지만 딴 딸기를 집으로 가지고 가지는 못하게 돼 있다.

가급적 비닐하우스 안에서 많이 먹는 게 남는 장사. 하지만 딸기로만 배를 채우면 곧 먹게 될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테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딸기삼촌'에서는 3000원에 한 그릇 하는 소면도 맛볼 수 있다. 야외에서 장작으로 불을 때 커다란 솥에 끓이는 이 소면 맛은 국물이 뜨겁지 않아 아이들도 불지 않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을 수 있을 정도. 단무지와 김치를 함께 내주는데 어딜 봐도 단무지 보다는 맛있게 담근 김치가 인기다.

★TIP=점심시간에는 '바베큐 마을'에서 맛있는 오리고기와 삼겹살 소시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소면을 너무 많이 먹지는 말자.

국수를 먹은 뒤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딸기잼을 만들 차례. 딸기를 잔뜩 넣은 그릇에 설탕을 섞고 엄마와 함께 딸기를 주물러 으깨는 재미에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몰라 한다. 동심으로 돌아간 엄마의 얼굴에도 주체 못할 웃음꽃이 피어난다.

딸기를 으깨서 딸기삼촌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드리면 나머지 끓이고 수분을 날려 병에 담아주는 일은 알아서 해 주신다.

●'검증된 재료'로만 만드는 바베큐

약 1시간여 동안 딸기 따기 체험과 잼을 만든 뒤 버스 편으로 20여 분 간 이동해 '바비큐 마을'에 도착.

이 곳은 농협이 운영하는 프렌차이즈다. 음식 재료와 맛을 농협이 관리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맛이 정형화됐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수 있는 곳.

"기왕이면 검증된 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을 패키지에 넣고 싶었다"는 게 코레일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로에서 한 번 구워 기름기를 뺀 채 나오는 오리고기와 삼겹살 소시지를 소스를 찍어 상추에 얹고, 쌈장을 찍은 마늘과 양파 고추 절임을 더해 먹는 한 입.

양파와 고추의 새콤달콤한 맛에 이어 똑 쏘는 마늘향이 구수한 쌈장과 어우러지고 마지막으로 기름기 빠진 숯내 밴 살코기의 육질이 고민스럽다.

배가 고파서 빨리 삼키고 싶은데 입속 가득한 맛과 향을 좀 더 붙들고도 싶기 때문.

맛집으로 과분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 아무리 불친절하고 손님을 푸대접해도 또 다시 줄을 서는 식당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 자주 접하기 힘든 바비큐 요리는 주말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조선시대 스파르타 학원

식사를 마치고 종학당으로 이동하면 2시경이 된다. 종학당은 파평 윤씨 가문의 입시 학원 격인 곳. 집안 자제들을 데려다 이곳에서 합숙을 시키며 과거시험을 준비시켰던 곳이다.

지금의 스파르타식 합숙 입시 학원의 원조 격쯤 된다. 수준별로 반을 나눠 우열반 학습도 시켰다고 한다.

사실 이곳의 시설 자체는 크게 눈여겨볼 만한 게 없다. 날씨좋은 날, 배산임수의 명당자리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기념사진 몇 장 찍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 이 때문에 이곳에 배정된 시간은 약 30분가량이다. 모두 둘러보고 사진 실컷 찍고도 남는다.

종학당에서 출발해 버스 편으로 논산시 부적면 백제군사박물관으로 이동하면 3시가 조금 넘는다.

●"거시기 해뿔자!", 황산벌 싸움터.

백제 군사박물관은 황산벌 싸움에서 전사한 백제 계백장군 묘 주변 부지에 위치하고 있다. 2005년 3월 개관했으며 백제의 군사 활동을 시대별로 정리한 제 1 전시실, 백제의 무기 제작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제 2 전시실, 논산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제 3 전시실과 직접 갑옷 입을 말을 타보고 영화 황산벌에서처럼, 내가 직접 말이 돼 장기를 둘 수 있고 국궁도 쏴 볼 수 있는 야회 체험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전시시설은 UCC 존(Zone)이다. 이 곳에서는 카메라가 달린 컴퓨터를 이용해 논산을 배경으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스틸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작한 뒤 즉석에서 제작물을 원하는 이메일 주소로 보낼 수 있다.

이 밖에 백제시대 성곽전투 상황을 재현한 모형에서 스스로 계백장군이 돼 공격해 오는 신라군을 마주할 수 있는 '성곽전투 체험'과 직접 국궁 체험등도 인기.

★TIP= 여행 전에 시간이 충분하다면, 백제 군사 박물관을 보러 가기 전에 영화 '황산벌'을 빌려다 보자. 박물관 곳곳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 숨어있다.

코레일은 백제 군사 박물관 대신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패키지도 마련해 놓고 있다.

군사 박물관을 다녀가는 패키지는 논산역에서 오후 5시 7분 무궁화호를 타고 수원은 7시 15분, 서울은 8시경 도착하지만 승마체험 패키지는 오후 6시 29분 논산을 출발해 오후 8시 반, 9시경 각각 수원과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승마체험은 종학당 산책을 마친 뒤 논산시 상월면 '나드리 승마 체험장'으로 이동해 약 2시간 동안 머물면서 1인당 약 15~20분식 말을 타고 승마 체험 코스를 달려보는 일정이다.

승마체험이 포함된 패키지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모두 제공되는 데다 승마 체험료까지 더해져 7만2500원으로 군사 박물관 일정이 포함된 것 보다 다소 비싸다.

하지만 민속마을이나 놀이공원 등에서 잠깐 말에 앉아 보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승마 체험 비용은 2만원이지만 '실적 압박을 받는' 코레일 사람들이 1만원으로 값을 깎아 놔 값도 비교적 저렴하다.

●서울 올라오는 기차에서는 왼쪽 창가에 앉자.

오후 5시 7분 열차에 오르면 서울에 오는 동안 창 밖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왼쪽 창가에 앉는 게 좋다.

논산의 평야지역이어서 높은 산이 보이지 않아 하늘이 특히 넓어 보인다.

낙조(落照)에 붉게 물든 큰 하늘과 끝까지 희게 남으려는 가는 구름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힐까봐 노심초사하며 정면만 뚫어지게 보는 사람에겐 허락되지 않는 사치다. 이동식 카메라라도 나타나는 날엔, 어휴….

문의 코레일 수도권 남부지사 031-255-3402.

글·사진=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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