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 입력 2009년 2월 26일 03시 00분


2001년 9·11테러로 지금은 사라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전에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었다.

건물이 붕괴되기 7년 전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대한 첫 번째 공격이 있었다.

1993년 2월 26일 오후 12시 18분. 세계무역센터 북쪽 빌딩의 지하 주차장 2층에 주차돼 있던 차에서 강력한 폭탄이 터졌다.

콘크리트 벽을 뚫고 4개 층에 걸쳐 폭 30m의 구멍을 낸 폭발로 6명이 죽고 1042명이 다쳤다. 또 93층까지 도달한 연기로 5만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는 북쪽 빌딩을 남쪽 빌딩으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폭탄의 강도가 약해 빌딩을 무너뜨릴 정도의 피해를 주지 못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즉각 용의자 색출에 나서 사건 발생 며칠 뒤 이슬람 과격 근본주의자들인 범인 4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주범인 람지 요세프는 폭탄이 터지고 몇 시간 뒤 파키스탄으로 출국해 검거에 실패했다.

FBI 조사 결과 테러는 요세프 등 6명이 6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요세프는 1992년 9월 1일 위조 여권으로 미국에 입국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함께 입국하던 무하메드 자말 칼리파의 짐에서 폭탄을 만드는 안내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이민국의 수용 시설이 만원이어서 요세프는 1개월 후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고 풀려났다.

이후 그는 뉴저지 주에 집을 얻은 뒤 칼리파에게서 폭탄 제조서를 다시 얻어 폭탄을 만들었다. 그는 당초 폭파에 사용한 차량에 1000kg의 폭탄을 실으려 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600kg의 폭탄만 만들어 실었다.

요세프는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뒤인 1995년 미국 수사당국의 끈질긴 추격 끝에 파키스탄에서 붙잡혔다.

체포되기 전 그는 필리핀에도 있었다. 필리핀에서 그가 사용했던 컴퓨터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저격 계획서와 48시간에 미국 비행기 15대를 폭파하는 계획서가 발견돼 또 한 번 수사 당국을 경악시켰다.

미국으로 압송되면서 요세프는 수사관들에게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 유일한 후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세프의 테러 실패가 7년 뒤 똑같은 테러를 계획한 빈 라덴에게는 훌륭한 교본이 됐다. 건물의 강도를 정확히 알 수 있었으니까.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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