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 잭 블랙의 능청 코미디…‘비 카인드 리와인드’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영화 ‘비 카인드 리와인드’에서 두 주인공의 첫 자체 제작 영화는 ‘고스트 버스터즈’. 은박지로 유니폼을 만들고 중고차에 호스를 붙여 특수차량처럼 개조했다. 사진 제공 스폰지
영화 ‘비 카인드 리와인드’에서 두 주인공의 첫 자체 제작 영화는 ‘고스트 버스터즈’. 은박지로 유니폼을 만들고 중고차에 호스를 붙여 특수차량처럼 개조했다. 사진 제공 스폰지
‘음담패설’ 잭 블랙의 능청 코미디

적당히 절제된, 그러나 색 바랜…

영화를 돛 삼아 몽상의 바다를 항해하는 프랑스 출신 감독 미셸 공드리. 관객을 모독하는 음담패설로 악명 높은 미국 코미디배우 잭 블랙. 8일 개봉하는 ‘비 카인드 리와인드’(12세 이상 관람가)는 두 사람을 아는 관객에게 의심과 호기심을 함께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스토리는 공드리 감독의 이전 작품 이상으로 황당하다. 발전소를 폭파하려다가 감전 사고를 당한 괴짜 백수 제리(잭 블랙). 죽지 않고 자석인간이 된 그는 친구 마이크의 비디오대여점 테이프들을 강한 자력으로 지워버린다. 두 사람은 궁여지책으로 고객이 원하는 영화를 직접 촬영하는 ‘주문생산 비디오’를 만들다가 동네의 스타가 된다.

현대에 나타난 원시인(‘휴먼 네이처’), 특정 기억을 지우는 의술(‘이터널 선샤인’), 독심술 기계와 달리는 봉제인형(‘수면의 과학’) 이야기를 능청스레 풀어내던 공드리 감독답다. 문제는 ‘비 카인드…’의 잭 블랙에게 다른 영화 주인공들이 가졌던 미모가 없다는 것. 공드리 감독은 블랙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혐오스럽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통제했다.

하지만 스크린에 반영된 상상력의 광채는 예전만 못하다. 자동차 범퍼로 만든 로보캅 의상을 걸치고 헤어드라이어 총을 든 채 뒤뚱거리는 블랙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꽃무늬 원피스와 흉측한 메이크업, 모자만으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제시카 탠디인 척하는 뻔뻔함도 볼 만하다.

‘수면의 과학’에 환호했던 관객이 실망하는 지점도 여기다. 이런 식의 코스프레 코미디는 인터넷 손수제작물(UCC) 동영상에 흔하게 본 것이다. 블랙의 밉지 않은 오버 액션도 부실한 내용물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전작에 기댄 기대를 버리고 보면 ‘비 카인드…’는 5개의 장편을 만들고 난 45세 감독이 영화에 바치는 잔잔한 애정 고백이다.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사라져버렸지만 비디오대여점은 쿠엔틴 타란티노 등 영화광 감독들을 키워낸 토양이 됐다. 비디오 대여점 쇼윈도 앞에 모여 한몫씩 거들어 만든 비디오를 넋 놓고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의 얼굴에는 ‘시네마 천국’ 마지막 장면에서 토토가 머금었던 행복한 미소가 배어 있다.

‘고스트 버스터즈’ ‘캐리’ ‘러시아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킹콩’ ‘맨 인 블랙’ ‘셰르부르의 우산’ ‘부기 나이츠’ 등 20편 가까운 ‘리메이크’ 원작을 맞혀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라이언 킹’을 만든답시고 종이 인형을 뒤집어쓰고 사자 울음소리를 내는 우격다짐에 분노할 수도 있겠지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영화 ‘비 카인드 리와인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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