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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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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좀 드셔보셨나요? 주량은?”(태민·김주혁)
“세 잔요.”(보조출연자1)
“그럼 주당(酒黨)이네. (살짝 놀리며) 소주랑 섞어 드시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태민)
“오케이, 컷∼.”(김영민 PD)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근대 화가 장욱진의 고택에 마련된 SBS 드라마 ‘떼루아’ 촬영 현장. 컷 사인이 나자 와인동호회 회원 역을 맡은 보조출연자 네 명이 와인 잔을 기울이며 소곤대기 시작했다.
“정말 쓰다, 정말 써.”(보조출연자2)
“아까보다 더 맛있는데.”(〃3)
“나 몰라, 또 얼굴 빨개지면 어떡해.”(〃4)
카메라가 켜질 때는 와인을 음미하던 보조출연자들이 컷 사인이 떨어지자 떫은 와인 맛에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태민이 이날 보조출연자에게 따라준 와인은 ‘빌라 세미 스위트 로소’. 다른 출연자들이 앉아 있는 세 테이블에도 와인이 놓여 있다. 물론 진짜다.
국내 첫 ‘와인드라마’를 표방한 ‘떼루아’에 등장하는 와인은 모두 진짜다. 한 회에 등장하는 와인은 대여섯 종류. 제작진은 와인을 마시거나 따는 장면을 찍기 위해 종류별로 한 박스(12병)씩 넉넉히 갖춰놓는다. 와인의 색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와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촬영하는 게 원칙이다.
제작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 이미지 제작총괄팀장은 “포도주스를 마시는 게 아니냐는 시청자의 문의가 잇따르지만 그럴 때마다 솔직히 억울하다”며 “포도주스는 기포가 많이 생기고 색감 자체가 와인과 달라 속일 수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에는 최저 1만2000원짜리부터 “부르는 게 값”이라는 1억5000만 원짜리 와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이 등장한다. 방송에 나오는 와인은 대부분 협찬품이지만 간접광고를 금지하는 방송법 규정 때문에 실제 이름을 쓸 수 없어 이름을 살짝 바꿨다. ‘침니락’이라는 와인을 ‘허니락’으로 바꾸는 식.
첫 회부터 등장하는 1억5000만 원짜리 와인은 진짜일까? 이 와인은 전 세계 2000여 병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샤토 무통 로칠드 1945년산’. 드라마에서는 ‘샤토 무통 메이어 1945년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제작진은 프랑스 와인회사를 방문해 최대한 비슷하게 병을 제작한 뒤 저렴한 와인으로 채웠다.
이 팀장은 “떼루아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와인은 집 근처 슈퍼에 가면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 와인”이라며 “와인을 한 번도 못 마셔본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와인을 마시고 싶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이 와인을 마시는 장면도 실제 상황이다. 배우들은 작품 촬영을 앞두고 모두 와인 아카데미에서 와인 마시는 법과 예절을 익혔다. 촬영이 끝나고 남은 와인은? 모두 제작진의 몫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동아일보 문화부 염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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