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연대기/장석원 지음/176쪽·7000원·문학과지성사
‘나는 내 몸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햇빛이 내 몸을 통과한다 빠져나가 나를 돌아보는 빛살을 붙여쓰기. 바라보는 동안 나는 더욱 엷어졌다’(‘유리와 돌멩이’ 중에서)
소담한 웃음. 처음 만난 시인의 미소는 말랑했다. 2005년 화제를 모았던 첫 시집 ‘아나키스트’(문학과 지성사). ‘나와 그대의 기묘한 분열은 명백한 현실’(‘내 마음의 아나키’ 중에서)이라며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집요하게 파고들던 모습이 쉽게 연상되질 않는다.
“시적 자아와 현실의 자아는 별개니까요. 시 안에선 아나키스트였지만 실제론 그저 ‘시민’입니다, 허허. 물론 그래서 그 접점의 고민이 더 치열했죠. 이젠 거기서 한발 앞으로. ‘광장의 소통’을 얘기하려 합니다.”
그 소통의 대상. 시집은 “어디를 펼쳐보아도 ‘당신’이 흥건하다”(조강석 문학평론가). 얼핏 사랑 시로도 비치는 알싸함. 그 당신은 시인의 아내 혹은 갓난아기 딸인가.
“그럴 수도 있죠. 아버지일 수도, 상상의 연인일 수도 있습니다. 날 도와줬던 사람이거나 힘들게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예전엔 타인과의 관계는 등 돌리면 끝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젠 알 것 같습니다. 모든 타인은 ‘나’입니다. 나와 연결된, 나와 섞인. 그를, 당신을 알고 싶었습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사라지고 버려지는… 그런 인생에 여백을”▼
◇스윙/여태천 지음/116쪽·7000원·민음사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