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근 종영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일본에서 원작 만화의 성공에 힘입어 드라마로 제작된 ‘노다메 칸타빌레’. 클래식을 소재로 한 두 드라마가 국내 클래식 시장 붐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에 삽입된 클래식 곡을 녹음한 ‘베토벤 바이러스 OST’(유니버설뮤직)는 1, 2집 합쳐 6만8000장, ‘노다메 칸타빌레 OST’(소니BMG)도 7만 장 가깝게 팔렸다. 낙원상가의 악기 판매가 크게 늘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불려지는 송년음악회는 매진되고 있다.
드라마를 실제 콘서트로 꾸민 공연도 이어진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베토벤 바이러스 인 라이브’(1월 11일)와 ‘칸타빌레 콘서트-시즌3’(1월 4일).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지휘자 서희태(43) 씨와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치아키처럼 지휘과 대학생인 최수열(28) 씨가 지휘를 맡는다.
○ “곱슬머리는 내가 원조… 김명민 지휘 모습 지도”
“노다메 칸타빌레는 음악 천재들이 주인공이죠. 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젊은 공무원, 치매 할아버지, 10대 문제아, 카바레 연주자처럼 상처 입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에요. 음악은 천재만 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뜨린 것이 가장 통쾌했습니다.”(서희태)
‘베토벤 바이러스 인 라이브’는 드라마에서 카메오로 출연했던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황제’를 협연하고 60인조 합창단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들려줄 예정이다. 배우 김명민처럼 파마를 한 서 씨는 “20년 동안 내 스타일이었는데, 명민 씨 팬클럽에서 나에게 ‘따라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두 차례 공연됐던 ‘칸타빌레 콘서트’는 세종문화회관 공연 중 최고 유료 관객률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최 씨는 극 중 치아키처럼 내년 1월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저는 지휘 분야에는 영재 천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음악성이 훌륭해도 단원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성숙하지 못하면 좋은 음악을 못해요. 치아키나 강마에가 그런 점들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최수열)
지난해 6월 처음 시작된 ‘칸타빌레 콘서트’ 관객은 대부분 10, 20대 일본 드라마 팬들이었다. 관객 설문조사 결과 70%가 클래식 공연장에 처음 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칸타빌레 콘서트’ 인터넷 카페 회원은 3000명으로 늘었고, 단체 교향악축제 관람과 클래식 강좌 등을 통해 점차 클래식 팬들로 변해갔다.
최 씨는 “그동안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1, 2회 콘서트에서는 짧은 악장의 곡들만 연주했다”면서 “이번에는 일반 음악회처럼 교향곡과 협주곡 전 악장을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토벤 바이러스 인 라이브’에서도 팬들을 위해 탤런트 송옥숙의 ‘리베르탱고’ 연주 장면 등 드라마 속 영상과 해설이 곁들여진다. 서 씨는 “드라마를 보고 ‘나, 저 곡 아는 노래야’라고 생각한다면 클래식과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정보 ▽베토벤 바이러스 인 라이브=1월 3일 경기문화의 전당, 11일 세종문화회관, 15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17일 김해문화의 전당. 3만3000∼7만7000원. 02-548-8690 ▽칸타빌레 콘서트 시즌3=1월 3일 대구시민회관, 4일 세종문화회관, 17일 부산문화회관, 18일 창원성산아트홀. 2만5000∼5만5000원. 02-6372-324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것이 궁금해요▼
①지휘자는 독선적이다?=“강마에처럼 ‘당신들은 개야, 나는 주인이고’ 식의 언어로는 통솔하지 못한다. 그건 드라마일 뿐이다. 단, 강마에 식 유머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말 안 들으면 똥덩어리고, 내 말 잘 들으면 복덩어리입니다.’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야 단원들의 기량을 최선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서) “아바도 같은 지휘자는 겸손하고 따뜻하다. 암 투병 후 깡마른 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지휘하는 모습은 성인(聖人)을 연상케 한다.”(최)
②지휘자의 머리는 곱슬머리?=“일종의 팬서비스다. 관객들은 지휘자의 뒤통수만 보게 된다. 음악이 강렬해질 때 지휘자의 연미복 꼬리와 머리가 함께 흩날리면 사람들은 음악에 더 몰두하게 된다. 시청각을 함께 즐겁게 하기 위한 연출이다.”(서) “지휘자가 꼭 머리를 길러야 하는 건 아니다. 크리스토퍼 에셴바흐(파리 오케스트라 예술감독)는 대머리다. 나는 군 입대 이틀 전 머리 깎은 채로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 오페라 지휘자로 출연한 적도 있다.”(최)
③‘클래식은 □다’에서 ‘네모’에 들어갈 말은?=“클래식은 ‘비바람을 이겨 온 햇살’이다. 오랜 세월의 고통과 비바람을 이겨내고 생명력을 갖춘 음악이다. 그래서 가치 있게 대우하는 것이다.”(서) “클래식은 ‘와인’이다. 그해 날씨(관객), 도멘(공연장), 양조 기술자(지휘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와인처럼 같은 오케스트라도 천차만별의 소리를 낸다.”(최)
▶ 딸, 그 뒤의 아버지…‘父子有親’다룬 뮤지컬-드라마-소설 등 연말 잔잔한 감동
▶ 세종때 종무식은 어떻게 했을까?… 15세기 ‘회례연’ 재구성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