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21>湯沐具而蟣虱相弔, 大廈成而燕雀相賀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湯(탕)은 뜨거운 물이다. 끓이다 또는 국이나 탕약 외에 목욕하다의 뜻도 있다. 沐(목)은 머리를 감는 것이다. 湯沐(탕목)은 목욕 또는 목욕용 뜨거운 물을 뜻하며, 여기서처럼 특별히 시신을 씻기는 목욕물을 뜻하기도 한다.

具(구)는 두 손으로 음식 담은 그릇을 든 모습을 나타냈다. 음식 마련이라는 본뜻에서 準備(준비)하거나 具備(구비)하다의 뜻이 나왔다. 모두의 뜻과 工具(공구)처럼 기물의 뜻도 있다. 기(기)는 서캐이고 슬(슬)은 이로 蝨(슬)과 같은 자이다. 기슬(기슬)은 비천하거나 보잘것없는 사물을 비유하기도 한다.

弔(조)는 끈 달린 주살을 잡아 던지는 것을 나타냈다. 吊(조)는 속자이다. 시신을 들에 나무로 덮어놓던 시절에, 동물들이 시신에게 덤비는 것을 막기 위해 주살을 던져 제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로부터 조의를 표하다, 슬퍼하다, 위로하다의 뜻으로 확대됐다. 弔問(조문)은 弔死問生(조사문생), 즉 죽은 이를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다.

廈(하)는 厦(하)로도 쓰며 큰 집을 가리킨다. 의미요소인 (엄,한)(한)은 위쪽이 튀어나와 아래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벼랑을 가리킨다. 엄(엄)은 벼랑 위의 집을 가리킨다. 燕(연)은 제비, 雀(작)은 참새이다. 燕雀(연작)은 도량이 작은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賀(하)는 축하하다의 뜻으로, 그때 보내는 재물로서 貝(패)가 의미요소이다.

어떤 일은 뜻하지 않게 남에게 행운이나 불행을 안기기도 한다. 악인에게 해가 되고 선인에게 득이 되면 좋겠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작은 일까지 모두 예측할 수는 없어도, 세심히 살피고 신중히 처리하면 의외의 폐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 西漢(서한) 劉安(유안)의 ‘淮南子(회남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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