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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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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000억 기금마련 법안 상정도 못해
민간 추진위案도 6개월전 내용 되풀이
‘5대 콘텐츠 강국’ ‘콘텐츠 코리아’ ‘소프트 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으로 콘텐츠 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2012년에는 매출 100조 원, 고용 규모 100만 명, 수출 규모 78억 달러의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부는 장밋빛 콘텐츠 육성안만 내놓을 뿐 정책을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불투명한 콘텐츠 육성
콘텐츠 산업 육성을 강조해 온 문화부의 정책 핵심은 1조5000억 원 규모의 콘텐츠산업진흥기금 마련과 범정부적인 콘텐츠진흥위원회의 신설 등이다. 이는 유인촌 장관이 3월 “융합시대를 선도하는 통합콘텐츠 정책 추진 체계를 정비하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던 내용으로, 콘텐츠산업진흥기금은 지식경제부가 운영하는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발전기금 등에서 출연을 받아 조성하겠다고 했다. 문화부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 및 융자 재원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무보고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콘텐츠진흥기금과 콘텐츠진흥위원회 신설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금과 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한 ‘콘텐츠산업기본법’의 제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문화부가 밝힌 계획대로라면 이 법은 6월 국회에 상정됐어야 했지만 거의 진전되지 않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존 콘텐츠 관련 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하려고 했다가 아예 콘텐츠를 총괄하는 통합법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를 추진하다 보니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방통위, 지경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에 보내져 아직 ‘의견 수렴 중’이다. 이를 취합하고 있는 문화부 디지털콘텐츠산업과에 따르면 의견 수렴 기한(9월 30일)이 지났으나 이에 대한 의견이나 검토안을 보내온 곳은 한 곳도 없다.
문화부는 11월경 ‘콘텐츠산업기본법’을 국회에 상정하려고 하지만 문화부 내에서도 이 법안이 상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단 기금의 재원이 되는 방송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출연에 대한 부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의 한 간부는 “솔직히 지금 상태에서 방송발전기금을 문화부가 가져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가 비공식적으로 밝힌 의견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방송발전기금은 방송 콘텐츠 육성을 위해 알아서 쓰면 되지 굳이 문화부가 따로 콘텐츠진흥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을 통해 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현실성 없는 장밋빛 정책
문화부가 발족한 민간 자율기구인 ‘콘텐츠 코리아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22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대통령 주재 ‘콘텐츠 산업 신성장동력 보고대회’를 가졌다.
문화부가 위촉한 6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이 추진위는 이 자리에서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차세대 융합형 콘텐츠 육성 △온라인 게임 혁명 주도로 글로벌 게임 허브 구축 △100년 감동 킬러 콘텐츠를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등 3가지를 핵심 과제로 보고하고, 구체적인 과제로 △교육 의료 등 디지털 가상세계 서비스 환경 구축 △u-러닝 콘텐츠 산업 육성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설립 추진 △e스포츠대회 및 글로벌 게임 어워드 개최 △글로벌 스토리텔링 및 문화 원형 발굴 등을 꼽았다.
그러나 추진위 보고 내용은 문화부가 이미 국회에 보고한 콘텐츠 정책과 거의 다를 바 없다. 문화부는 지난달 8일 국회에 ‘콘텐츠 산업의 전략적 육성’이라는 제목 아래 △100년 수명의 킬러 콘텐츠 개발을 위해 모태펀드 등 활용 △방통융합형 콘텐츠, u-러닝 콘텐츠, 가상세계 콘텐츠 등 5대 차세대 융합형 콘텐츠 육성 △문화 원형을 활용한 콘텐츠 소재 발굴 △글로벌 e스포츠리그 결성 등을 주요 정책으로 보고했다. 3월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나온 내용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콘텐츠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 없이 유사한 내용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내용만 놓고 보면 추진위의 대통령 보고대회는 기존에 나온 내용에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정책이 정부 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민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추진위가 내놓은 정책 제언을 보면 콘텐츠진흥기금 신설, 콘텐츠진흥기본법 제정,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신설 등 문화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그대로 담고 있어 ‘민간 보고’ 형식만 갖췄을 뿐 민간이 주도적으로 내놓은 보고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화부가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을 민간 위원회가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형식으로 보고대회를 열고, 이를 해당 부처가 ‘민간이 주도해 낸 의견’이라며 건의를 수용하는 모습을 띤 셈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부 관계자는 “추진위가 5월에 구성됐는데 여기에 속한 분들이 전문가여서 정책 조언에 응하기도 해 내용이 비슷하게 된 것 같다”며 “같은 내용이라도 대통령께 직접 보고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한 번 더 알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