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MS.박의 라이브 갤러리] 잠깬 차이나…세계예술의 중심에서 미술을 외치다

  • 입력 2008년 9월 9일 08시 15분


오늘날 세계 미술시장의 핵으로 부상한 중국 미술은 이른바 ‘블루칩’, 즉 수익 및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형 우량주에 비유되곤 한다.

‘유러피언 비즈니스’나 ‘비지니스 위크’ 같은 세계적인 경제전문지들은 해마다 중국미술의 지속적인 강세를 내다보고 있다.

올해 4월 ‘파이낸셜 타임즈’는 중국 예술품 판매 시장 규모가 지난해 프랑스를 앞질렀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미술의 양적 팽창은 세계 미술시장의 규모와 판도를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중국미술을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단어인 블루칩으로 일방적으로 한정시키는 일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미술작품의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되는 우량주냐 비우량주냐의 기준으로 판단해버리면, 예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시장에서 교환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사장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건축가 마옌쑹(馬岩松·33)은 블루칩 예술가이기는커녕 한 때 중국 정부가 요주의 예술가로 분류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천안문사태와 그 후유증을 경험하면서 성장한 마옌쑹은 경제 성장을 우선가치로 두는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을 비꼬는 설계안인 ‘광저우 트윈 타워’(Guangzhou Twin-Tower), 일명 ‘800m 타워’를 발표했다.

이 타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지만 400m를 넘어서는 순간 다시 내려오는 기형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정부 당국과 언론이 외면하는 예술가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마옌쑹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州) 남부의 도시인 미시소거에 ‘앱솔루트 월드 타워’(Absolute World Towers)의 설계디자인을 발표하면서 세계 건축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중국정부의 골칫거리 예술가 대열에서 세계적으로 ‘뜨는’건축가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사실 경제개방이 막 시작되던 중국에서 미술품이 거래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이 장차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블루칩이 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극소수였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정부나 언론, 그리고 미술계에서 기피대상이었던 예술가가 세계 시장의 총아로 주목받으리라고 예상했던 사람 또한 극소수였을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반세기 후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국미술의 기대주가 누구일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이러저러한 예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왜 아니겠는가. 세계 미술시장의 블루칩 중의 블루칩인 빈센트 반 고흐가 위대한 화가라는 사실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때가 1890년에 세상을 떠난 후 무려 13년만인 1903년에 열린 유작전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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