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2년을 맞은 시인의 첫 번째 소설. 일제강점기 최고의 무희로 불리며 해외 무대를 누볐던 조선의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춤꾼을 통해 작가는 “식민지와 여성, 예술가라는 3중의 겹”을 해부한다. 소설은 단순한 인물의 일대기가 아니다. 고저를 타는 한 판 춤사위처럼 소설은 시점과 시간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얼핏 실타래처럼 엉킨 듯해도 자금자금 풀어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진행되는 한판 춤사위처럼 자연스레 줄기를 잡아가는 맛이 강렬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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