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4인조 록그룹 ‘콜드플레이’ 네번째 앨범 빌보드 1위 등극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진정성, 그속에 담긴 공감의 미학

영국의 4인조 록그룹 ‘콜드플레이’(사진)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발표한 네 번째 앨범 중 미국에서 싱글로 발매한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가 파죽지세로 상승하더니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콜드플레이는 같은 영국 록밴드로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 ‘오아시스’가 이루지 못한 빌보드 차트 1위에 등극함으로써 미국에서 영국 록밴드의 대권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비바 라 비다’가 포함된 앨범은 영국은 물론이고 여러 나라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시장 제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영국 록의 개성인 우울함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전인미답의 실험보다 듣기 좋은 곡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악으로 웅장함을 강조한 ‘비바 라 비다’를 포함해 전곡을 관통하는 멜로디의 성찬이 이를 말해준다. 듣는 이들은 선율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콜드플레이가 대중적 접근이 쉬운 곡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번 앨범에서 또 한 번의 약진을 위해 음악 프로듀서계의 ‘본좌’ 브라이언 이노에게 도움을 받았다. 브라이언 이노가 매만진 사운드의 결들은 풍성하고 부드러우면서 힘이 넘친다. 이 앨범 중 영국에서 싱글로 발매된 ‘바이올렛 힐’은 팝의 세련미와 록 특유의 힘을 황금 비율로 조합해냈다. 이 앨범은 음악 프로듀서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강력한 반박 사례로 쓰일 만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곡 순서다.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이번만큼 곡 배열에 심혈을 기울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앨범의 노래들은 개별적 특색을 바탕으로 다양한 청취의 방식을 확보하면서도 전체적인 질서를 잡고 있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수미쌍관으로 연결한 것도 인상적이다. 싱글 시대에 반기를 든 ‘앨범의 미학’이다.

앨범의 미학을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변한 것보다 변치 않은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2000년 데뷔한 뒤 세 장의 앨범에서 나름의 세계관을 보여준 콜드플레이는 네 번째 앨범에서도 변치 않은 무언가를 들려주고 있다.

몸짱 가수가 유행하고 클럽 스타일의 음악이 트렌드지만 진정성으로 무장한 앨범은 어떤 역경도 넘어선다. 이 앨범은, 더 나아가 콜드플레이는 이를 보여준 사례가 될 듯하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great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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