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어떤 종교가 금메달감일까?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세계 종교 올림픽/샤피크 케샤브지 지음·김경곤 옮김/308쪽·1만1000원·궁리

‘아주 먼 옛날, 평화롭던 어느 나라에 임금과 현자, 익살꾼 광대가 있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동시에 이상한 꿈을 꾼 뒤 두려움에 휩싸였고 평온한 나라에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점을 직감한다. 임금은 갑자기 백성들에게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종교가 알맞을까. 임금은 최고의 종교를 선택하기 위해 제1회 세계 종교 올림픽을 열기로 한다.’

이 책은 종교 올림픽이라는 우화 형태로 풀어 쓴 종교 개론서다. 딱딱한 교리 설명에 치우친 종교서적에 비해 읽기 쉬우면서 각 종교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들여다보기에 적당하다.

임금의 초대로 모인 각 종교와 무신론의 대표자들은 각자의 주장을 쏟아낸다.

“신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신은 침묵하는 겁니까. 만족할 줄 모르는 권력욕을 은폐하면서 달콤한 말을 하는 종교인들을 조심하십시오.”(무신론자)

“불교는 깨달음과 존재와 사물들의 진정한 본질의 인식으로 이끄는 길, 고통으로부터 근본적인 해탈로 이끄는 길입니다.”(불자)

“힌두교도들에게 진정한 자아는 육신도 아니고 의식도 아닙니다. 종교적 체험이란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 저편에 있는 존재를 발견하는 것입니다.”(힌두교도)

“가장 견고하고 가장 순수하며 가장 진실한 유일신 사상이 바로 이슬람입니다. 무슬림이 되는 것은 신의 유일성을 온전히 확신하고 이것을 모든 상황에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무슬림)

“유대인들은 신앙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께서 모세에게 직접 계시하시고 또 히브리 백성들을 충실하게 동반하시면서 계시해주신 계명들을 준수하는 것입니다.”(유대인)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예수님에게 그렇게 집착하는 것은, 인간 안에 숨어서 현존하시는 신의 신비를 그분 안에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그리스도교 신자)

임금이 결정을 내린다.

“신이 존재한다면, 신만이 금메달감을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짐은 4년 후에 다른 종교인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다른 종교인들에게 봉사를 가장 많이 한 종교에 우리가 줄 수 있는 은메달을 수여할 것을 제안합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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