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광란의 아리아에 내 영혼도 광란”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02분


“평소 착하고 순종적인 사람이 미쳐버리면 더 무섭다잖아요? ‘광란의 아리아’를 부를 땐 합창단원들이 저하고 눈도 못 맞추겠대요.”

소프라노 박지현(38·사진)이 4월 1∼4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타이틀 롤을 맡았다.

‘루치아’는 19세기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광란의 아리아’가 특히 유명하다. 이 곡은 비극적인 운명에 빠져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한 첫날밤 신랑을 칼로 죽이고 20여 분간 부르는 아리아. 선혈이 낭자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를 구르며 하는 이 노래는 마리아 칼라스 이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들의 기교를 과시하는 중요한 레퍼토리가 돼왔다.

“연출가인 볼프람 메링 선생님은 루치아를 단순히 사랑에 빠져 미쳐 날뛰는 여자로 보지 않아요. 루치아는 아주 귀족적이고 순수하고, 자신을 자제하는 여자였습니다. ‘광란’ 속에는 슬픔과 공포뿐 아니라 기쁨과 환상 등 인간의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있어요. 그 순간엔 악보의 지시보다는 루치아와 하나 된 내 몸을 그대로 놔두는 게 중요합니다.”

이탈리아 베르디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박지현은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발성뿐 아니라 현대 오페라의 트렌드인 ‘비주얼’한 외모를 갖춘 소프라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 등에서 8차례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에서도 ‘이쁜이’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매일 리허설에서 ‘광란의 아리아’를 열정적으로 부르고 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덜덜 떨린다는 박지현. 소프라노치고는 연약한 몸매인데 어디서 그런 힘이 솟을까.

“오페라는 체력도 아니고, 기력도 아니고, 깡으로 하는 것입니다.” 3만∼15만 원. 02-586-528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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